[6월항쟁 10돌]권인숙씨 『고문은 군사문화 잔재』

  • 입력 1997년 6월 11일 09시 52분


『벌써 10년이 됐습니까. 참 빨리 갔군요』 부천서 성고문사건의 피해자로 현재 미국 클라크대에 유학중인 權仁淑(권인숙·34)씨는 기자의 전화를 받고 「잊었던 일을 새삼스럽게 기억해 낸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권씨는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여섯살 된 딸을 혼자 키우느라 정신없이 바쁘다』고 근황을 전했다. 5공 정권의 부도덕성을 상징적으로 고발해 큰 충격을 주었던 그는 92년말까지 노동인권회관에서 일하며 여성노동자들을 상대로 인권상담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94년 남편인 金相俊(김상준·37·컬럼비아대 사회학 박사과정)씨와 함께 유학길에 올랐다. 뉴저지주립대에서 여성학 석사과정을 마친 권씨는 지난해 9월 클라크대 여성학 박사과정에 등록하면서 지금은 뉴욕에 살고 있는 남편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묻자 『한국을 떠나 있어 현재상황은 잘 모른다』면서도 『시국사범 등에 직접적인 폭력이 가해지던 80년대에 비하면 인권상황이 크게 나아졌지만 인권은 수치 몇개만 가지고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권씨는 『우리사회는 아직도 폭력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군사문화의 뿌리가 깊은 편』이라며 『법적 제도적 보완조치 못지않게 사회이념이 보다 유연하게 바뀌어야 참다운 인권보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생활 소감을 묻자 『법이나 제도상으로는 분명히 우리보다 인권선진국이지만 인종 계급 등 여러가지 면에서 닫혀 있는 사회라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공부를 마치는데 2,3년 정도 더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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