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5년 전 지진의 교훈, 제도에 새겨 대참사 막은 대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5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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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만 북동부 화롄현에서 발생한 규모 7.2 지진으로 5일 현재 12명이 사망하고 1100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16명은 실종 상태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방출된 에너지가 원자폭탄 32개가 한꺼번에 터진 것과 맞먹는 강진인 점을 감안하면 이전 사례에 비해 피해가 적은 편이다.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8층 주상복합 건물은 30도 넘게 기울어지긴 했지만 강력한 철근 골조가 건물을 지탱해 주민 대부분이 구조됐다. 지진 영향권에 있는 수도 타이베이에서도 높이 508m 초고층 빌딩인 ‘타이베이101’이 끄떡없이 지진을 견뎌냈다.

대만이 지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은 1999년 난터우현에서 발생했던 규모 7.3의 지진으로 2400여 명이 숨지는 참사를 겪은 뒤 국가적으로 대비 역량을 향상시킨 덕분이다.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해 지진이 잦은 대만은 25년 전 대지진 때만 해도 대비가 허술했다. 1980, 90년대 부동산 열풍으로 부실공사가 만연해 건물들은 지진에 취약했고 구조대는 훈련 부족으로 우왕좌왕하며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 정부기관 간 역할 분담도 모호해 컨트롤타워 역시 제 기능을 못 했다.

당시 대만 정부는 이런 실책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내진 설계 기준을 크게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지진 직후 건립된 타이베이101 내부에 무려 660t의 무게 추를 달아 건물이 한쪽으로 움직이면 반대로 이동해 균형을 잡도록 한 것도 강화된 내진 기준에 따른 것이었다. 지진에 취약한 건축물 3만6000채에 대해서도 건물주가 적극적으로 내진 성능 보강에 나설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했다. 지진 대응과 평시 훈련을 전문적으로 맡는 국가기관 2곳을 신설하고 모든 학교와 직장에 정기적인 지진 대비 훈련을 의무화한 것도 그때부터다.

대만이 25년 만의 대지진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맞았지만 인적 물적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장기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엄격한 건축 법규, 첨단 지진 방재 기술, 현장 중심의 안전교육 시스템 등 제도적으로 국가 대응 역량을 강화한 대만의 노력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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