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낮추려면 생산기술-유통경로 개선도 시급[동아시론/김상봉]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5일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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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재배 감소에 사과값 고공행진
스마트팜 통한 생산 증대-직거래 필요
농가 지원하며 한시적 수입도 검토할만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인 2022년에도 물가상승률이 심상치 않았다. 당시에는 다양한 원인으로 물가가 올랐다.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적인 물가 상승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으며 먹거리 등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에서 가격이 상승했고 농림어업 위주로 물가가 올랐다. 밀 외에도 대두 등 여러 가지 곡물 가격이 상승했고, 곡물을 이용한 밀가루, 빵, 라면, 과자 등에 가격을 미치는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또한 당시에 재배 인력을 투입할 수 없거나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각종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했다.

그 결과 고춧가루, 마늘 등의 가격이 수백 %씩 상승했고 배추, 깻잎, 열무, 시금치 등 우리 식탁에 오르는 주요 품목들의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외식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러한 생산자물가, 생활물가, 수입물가 등의 상승은 체감물가를 높이지만 소비자물가에서 품목의 가중치가 낮기 때문에 물가상승률과의 괴리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특히 과일 가격 위주로 고공행진을 하고 있으며 사과는 32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예전 마트나 시장에서 팔던 4∼5개 한 묶음 사과의 가격이 지금은 개별 포장된 한 개의 사과값과 같다. 사과 1개 가격이 5000원이 넘는 경우가 많고 설 명절 때는 사과 1개가 1만 원을 훌쩍 넘겼다. 2023년 사과 1kg 도매가는 2331원에서 5141원으로 120% 정도 뛰었다.

사과 등 과실류 가격이 높아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코로나19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 당시 인력이 모자라 사과를 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체험행사로 돌려 현지에서 사과를 판매하기도 했다. 둘째, 이상기후에 의해 사과 생산량이 급감했는데 2023년 39만4000t(톤)으로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특히 여름에 잦은 강우와 집중호우로 인해 낙과가 증가했고 수확기에는 탄저병 등이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줄었다. 셋째, 이러한 기후변화와 더불어 고령화로 재배지가 감소했는데, 이에 따라 다 자란 사과나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전망에 따르면 국내 사과 재배 면적은 2024년 3만3800ha(헥타르·약 1억 평)에서 2033년까지 2900ha(약 900만 평)로 축구장 4000개 면적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반 서민들은 사과를 구매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대안이 나와야 할까? 첫째, 유통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사과 생산지에서는 생산되는 대로 다 팔리는 상황이다. 다만 사과의 산지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kg당 가격으로 소비자가격과는 차이가 심할 만큼 생산지에서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유통 과정을 들여다보고 소비자가격 상승분을 줄이기 위해 직거래의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과는 저장 비율이 높은 작물이다. 사과의 최대 출하기는 10월로 당시에 매입해 비축하고 연간 공급을 하게 되는데 현재 판매되는 사과는 2023년에 출하된 저장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작년에 생산이 감소하면서 저장도 줄었기 때문에 사과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산량을 고려했다면 사과의 저장 비율을 더 높일 수 있는 상황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유통을 확인하고 저장 비율도 상승했다면 장기적인 생산 측면을 확인해야 한다. 생산자 측에 보조를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으나 그것보다 생산을 증가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대규모 스마트팜이나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 팔, 기술 투입이 가능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과는 묘목 식재 후 3년 정도 걸려야 수확이 가능하다. 처음 묘목을 식재할 때부터 기술을 사용해 낙과의 비중을 줄이고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넷째, 국내 생산자에게 지원을 하면서 한시적인 사과 수입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물론 식량주권의 차원에서 수입을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쌀 등의 주식이 아니고 지금처럼 공급량이 수요량을 못 따라 가는 경우에 한시적인 수입도 고려해 볼 만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사과의 종류는 많지 않고, 해외의 경우 사과 종류가 상당히 많고 사과의 식감이나 맛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방역의 문제가 있다. 농업의 경우 한 가지 품목의 수입을 허가하려면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린다. 방역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사과 가격이 비싸 개별 포장하는 상황인 만큼 개별 포장 등을 통해 수입하고 철저한 검역을 한다면 풀 수 있다. 수입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고는 하지만 바나나 등의 해외산 과일도 수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시적인 허가를 통해 사과를 일부 수입한다면 사과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수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물가상승률#이상기후#재배 감소#농가 지원#한시적 수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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