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양곡·농안법 단독 강행, 총선용 ‘할리우드 액션’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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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쌀값이 하락했을 때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주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작년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을 야당이 겉포장만 바꿔 재추진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이 그제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하락할 경우 민관이 참여한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사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작년에 폐기된 양곡법에서 매입 조건만 일부 달라졌다. 함께 통과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은 곡물, 과일, 채소 등 농산물값이 기준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그 차액만큼을 정부가 농민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법안들이 도입될 경우 단기적으로 농민 소득은 늘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큰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소비량 감소로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정부가 과잉 생산된 쌀을 의무 매입할 경우 생산이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배추 등 5개 채소를 대상으로 가격보장제를 도입해 하락분을 정부가 보전해 줄 경우 품목에 따라 생산이 최고 40%까지 많아지고, 가격이 최대 67% 폭락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 모든 조치에 매년 2조 원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법안들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려면 최소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5월 말 임기가 끝나는 21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사 통과된다 해도 대통령이 다시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단독 처리에 나선 것을 놓고 4월 총선을 앞두고 농민 표를 겨냥한 ‘할리우드 액션’ 입법이란 해석이 나온다.

농산물값이 떨어질 때마다 국민 세금에서 농민의 수입을 벌충해 주는 정책은 과잉 생산, 가격 하락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만큼 지속 가능성이 없다. 비슷한 제도를 시행했던 선진국들이 대부분 포기한 이유다. 농민의 삶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생색내기용 정책을 밀어붙이는 대신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농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쌀값 하락.양곡관리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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