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25 참전국들이 피로 지킨 가치, 함께 지켜갈 우리의 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6일 2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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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들 ‘영웅의 제복’ 입고 참석 ‘영웅의 제복’을 입은 6·25참전유공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73주년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6·25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정부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취지로 영웅의 제복을
 만들어 참전 용사들에게 전달했다. 뉴시스
참전용사들 ‘영웅의 제복’ 입고 참석 ‘영웅의 제복’을 입은 6·25참전유공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73주년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6·25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정부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취지로 영웅의 제복을 만들어 참전 용사들에게 전달했다. 뉴시스
올해 6·25전쟁 정전 70년을 맞아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은 더 이상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빅 피시(big fish·큰 물고기)’”라고 말했다.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지금 한국과 영국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유, 민주주의, 인간에 대한 가치를 지키고 있다”며 “바로 70년 전 영국이 수호하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프 르포르 주한 프랑스대사는 “당시 한국은 프랑스에 낯선 나라였다”며 “프랑스 군인들이 한국이 인도차이나 국가처럼 따뜻한 날씨인 줄 알고 왔다가 영하 30도 혹한에서도 버티며 싸웠다”고 강조했다. 외조부가 해군 중사로 참전한 캐서린 레이퍼 주한 호주대사는 “외조부 같은 분들의 기여로 한국이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민주사회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역사에서 가치를 배제하고 힘만 따지는 이들에게는 6·25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단순히 힘의 논리에 따라서가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나라였기에 그들의 힘을 빌려 싸웠다. 기후조차 낯선 나라였던 70년 전에도 그랬고 ‘큰 물고기’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선택 때문에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경제 10대 강국으로 올라섰고 현대적이고 역동적인 민주사회로 발전할 수 있었다.

전후 세대는 오늘날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에 맞서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을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는 모습과 그들을 향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6·25전쟁 당시 세대가 겪은 고통과 그 고통을 극복하게 해준 희망을 그려 볼 수 있다. 아무 데나 대리전이라는 딱지를 갖다붙이는 나쁜 버릇을 가진 이들은 자유와 민주주의야말로 스스로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하늘도 도울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정전과 함께 한미 군사동맹을 맺었다. 미국이 힘의 논리만 중시하는 나라라면 우리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얼마든지 저울질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유럽연합(EU) 국가, 과거 영연방 국가를 중심으로 한 가치 동맹은 러시아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할 만하다. 우리도 이제 이 동맹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그 유지와 확산에 기여해야 한다.
#6·25전쟁#정전 70주년#피로 지킨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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