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개월씩 대기하는 전세금 반환보증, 서민은 두 번 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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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가 주범인 ‘건축왕’ 첫 공판 전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2023.4.5/뉴스1
5일 오전 1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가 주범인 ‘건축왕’ 첫 공판 전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2023.4.5/뉴스1
세입자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통해 전세금을 돌려받는 데 평균 56일이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집주인이 제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HUG가 대신 지급해주는 보증 상품이다. 상품 약관에는 1개월 내 지급하도록 명시됐지만 실제로 거의 두 배가 소요된 것이다. 지난해 HUG가 보증금을 반환한 4800여 건을 분석한 결과다.

올 들어서는 사정이 더 악화돼 3개월 넘게 전세금 반환을 기다려야 하는 세입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반환 신청이 접수되는 데만도 한 달 이상을 대기해야 할 지경이다. 전세금 반환보증은 세입자들이 소송 없이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장치인데, 이마저도 석 달이 넘도록 피를 말리며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이는 전세사기 여파에다 집값·전셋값 급락에 따른 ‘깡통 전세’ ‘역전세난’이 확산되면서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떼이는 보증사고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증사고는 5400여 건으로 1년 새 갑절로 늘었고, 올 들어서는 두 달 만에 2000건을 돌파했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HUG의 반환 지연으로 세입자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전세금을 빨리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가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대출까지 받아 이자를 물어야 하는 세입자가 한둘이 아니다. 특히 보증사고는 청년·신혼부부나 서민들이 주로 임차하는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오피스텔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이들에겐 전세금 반환이 더 시급하다. 더 큰 문제는 전세금 반환보증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까지 보증을 발급할 수 있는데, 이미 54배로 한도가 거의 찼다.

향후 집값이 20% 하락하면 전세를 낀 갭투자 주택 10채 중 4채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을 안고 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금을 떼일까 전전긍긍하는 서민들에게 반환보증 제도는 마지막 보루인 것이다. 반환보증에 기댄 세입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와 HUG는 서둘러 보완책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전세금 반환 목적의 대출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 역전세난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세금 반환보증#깡통 전세#역전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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