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로톡 갈등 해법 ‘상생구조 설계’[동아시론/위정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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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편익 높인 혁신플랫폼 확산에
전문가집단 등 기존 산업 위기의식 커져
플랫폼 시장 개방해 공정경쟁 유도해야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
지난달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들에게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이용 금지와 탈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각 10억 원씩, 총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변협의 행위가 상호 경쟁 관계에 있는 변호사들이 소비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광고를 제한해 변호사들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했으며, 동시에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공정위의 판단은 기존 검찰이나 법무부의 결론과도 궤를 같이한다. 변협은 로톡 서비스가 법률 브로커 행위에 해당한다며 2015년부터 검찰과 공정위 고발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검찰과 공정위는 로톡을 중개형이 아닌 광고형 플랫폼으로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고, 법무부도 동일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표면상으로는 일련의 정부 기관의 판단으로 로톡이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로톡 역시 심각한 경영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변협은 로톡을 이용한 변호사들에게 탈퇴 요구를 하고 있다. 작년 10월 기준으로 변협 징계 관련 조사 대상이 된 변호사는 600여 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협의 징계는 최대 과태료 300만 원 수준이나 징계를 받으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거나 법률 자문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변협의 징계 압박으로 로톡의 매출 손실은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 법률 플랫폼과 ‘기존 산업’인 변호사 단체의 갈등은 사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2015년부터 차량공유를 추진한 카카오모빌리티, 타다와 이에 반대하는 택시업계가 극심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예약 플랫폼과 호텔협회의 갈등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2016년 뉴욕시 호텔협회가 에어비앤비가 불법 단기임대를 촉진하고 합법적인 호텔 사업을 빼앗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이 소송은 2019년 에어비앤비가 지역 단기 임대법을 시행하는 것을 돕기 위해 뉴욕시에 호스트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합의하면서 해결되었다. 최근에는 AI 진단기업과 의료 전문가의 갈등도 있다.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AI 기반 의료진단업체 이든헬스의 제품을 임상시험 없이 승인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산업에서 혁신적 플랫폼과 기존 산업이 충돌하고 있다. 그럼에도 플랫폼은 이용자의 지지를 받으며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로톡 방문자는 23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로톡은 소규모, 저예산의 법률 자문을 원하는 수요를 개척하여 한국 소비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 소비자 편익이라는 측면에서 플랫폼은 지지를 얻고 있지만 반대로 기존 산업 종사자들, 특히 전문직 종사자들의 저항과 반감이 크다.

그렇다면 이용자의 편익과 기존 사업 종사자의 포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기존 산업 종사자에게도 플랫폼 구축과 진입이라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다. 변협의 경우 법과 자신의 운영 규정을 방패로 플랫폼을 저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들도 이런 ‘저항’이 한계에 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기서 이들이 두려워하는 혁신 플랫폼의 독과점적 영향력을 막을 수 있는, 아니 기득권을 기반으로 더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면 이들은 타협할 것이다.

둘째, 복수의 플랫폼이 경쟁할 수 있는 구조의 설계이다. 만일 변협과 같은 기존 산업 종사자들이 플랫폼 구축에 소극적이라면 복수의 플랫폼이 경쟁하는 방식으로 시장 구조를 설계해 각각의 플랫폼이 변협과 협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 간의 경쟁으로 인해 변협은 수익 배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다.

셋째, 이용자의 직접적인 진입에 의한 플랫폼과 비플랫폼 소속 종사자에 대한 평가이다. 이는 로톡과 같은 매칭과 광고를 넘어 소비자에 의한 직접적인 평가를 도입해 플랫폼과 비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한 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플랫폼 소속 유무에 관계없이 유능한 종사자가 선별되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플랫폼, 비플랫폼에 대한 선택이 이루어질 것이다.

전문직에 대한 플랫폼 진입과 확산은 시간문제이다. 챗GPT가 몰고 온 글로벌 충격을 보라. 앞으로 챗GPT 기반의 서비스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따라서 향후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전문직의 반발을 완화시키고 이용자의 편익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의 문제일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
#변협-로톡 갈등#해법#상생구조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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