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먹구름을 지켜만 보는 국회 [광화문에서/한상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7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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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한상준 정치부 차장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대한민국의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반도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 달러(약 168조 원) 규모로, 전체 수출액 중 18%에 달한다.

이처럼 수출의 근간인 반도체가 흔들리고 있다. 미중 갈등 등으로 대(對)중국 수출이 줄면서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에 비해 42.5% 줄었다. 여기에 반도체 패권 장악 욕심을 감추지 않고 있는 미국은 반도체 보조금 등을 무기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보조금 지원의 조건으로 초과 수익 반납과 생산 기밀 공개를 내걸었다. 여기에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한국도 포함시킬 기세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3일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말로만 영업사원 1호라고 하지 말고 반도체 산업에 드리운 먹구름부터 걷어내십시오”라고 했다. 수출 확대와 주력 산업 육성은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먹구름을 없애기 위해 국회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나.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과 육성 대책을 논의하는 국회 첨단전략산업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2일 닻을 올렸다. 정부뿐만 아니라 국회도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도다.

이런 거창한 취지와 달리 정작 첨단산업특위는 입법권, 즉 법을 만들 권한이 없다. 특위는 여야 합의로 입법권 부여를 결정하는데, 여야는 첨단산업특위를 꾸리며 입법권을 주지 않았다. 보여주기식 특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여야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입법권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특위가) 보고서 하나 내고 끝난다”고 했지만 첨단산업특위에 입법권을 부여하기 위한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다.

첨단산업을 대하는 국회의 안일한 인식을 보여주는 장면은 또 있다. ‘K칩스법’의 하나인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은 통과될 기미가 없다. 조특법 개정안은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의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현재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내용이다. 미국과 대만은 이미 설비투자,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큰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조특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 내에선 “전략산업과 관련해 많은 지원 해도 된다, 세제 혜택 많이 줘도 된다”(김태년 의원)는 목소리도 있지만 “왜 이렇게 득달같이 이 정부는 지원을 못 해서 안달복달이냐”(양경숙 의원)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재개정 지시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을 총력으로 설득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책을 집행하는 건 행정부, 그리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몫이다. 하지만 정책 집행의 근거가 되는 법을 만드는 건 입법부인 국회만 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먹구름이 정말 걱정된다면 국회가 나서면 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내부 권력투쟁을 향한 열정의 반의반만큼이라도 국가 경제에 쏟을 수는 없나.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반도체 산업#먹구름#지켜만 보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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