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창덕]MZ세대가 말하는 상식…기업·노조 모두의 생존조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6일 21시 30분


김창덕 산업1부 차장
김창덕 산업1부 차장
2010년대 중반 막 사회에 진출한 ‘밀레니얼세대’는 탐구의 대상이었다. 이전 세대들과 사고방식, 행동양식, 언어가 모두 달랐다. 불과 몇 년 뒤 유튜브를 비롯한 웹 콘텐츠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10대가 ‘Z세대’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다. 기성세대는 이들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한데 묶어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출판물이 넘쳐났고, 기업교육 시장에서는 ‘MZ세대’를 키워드로 한 속성 과정들이 우후죽순으로 출현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MZ세대가 ‘현재’가 아니라 ‘미래’라고 선을 그었다. 50, 60대 최고경영자(CEO)나 고위 임원들이 보기에 그들은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했으니까. 어쩌면 자신들이 못다 이해한 MZ세대가 이미 회사의 주축이라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현실은 어떤가. 밀레니얼세대는 이미 기업의 허리 라인을 장악했다. 일부는 중간관리자로서 조직 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Z세대들도 점차 사회로 진출하면서 ‘엄마찬스’ 없이도 스스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Z세대가 누구인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만 그쳐선 곤란해질 수 있다. MZ세대가 기업과 사회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어떻게 바꿔나가려 하는지 객관적으로 마주할 때가 온 것이다.

본보가 MZ세대에 속하는 ‘20∼39세’를 대상으로 기업인식 조사를 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기업에 대한 이들의 인식은 대략 이랬다. 기업에 호감을 가진 응답자가 비(非)호감이라 답한 이들의 세 배나 됐고, 본인이나 자신의 진로로는 ‘대기업 취업’을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보다도 많이 선택했다. 기업·기업인에 대한 신뢰도의 경우 비록 ‘신뢰한다’는 답이 ‘신뢰하지 않는다’보다 적었지만, 정부·공무원이나 국회·정치인에 비해선 높은 편이었다. MZ들은 또 “소개팅에서 회계사보다 삼전(삼성전자)이 더 먹힌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 창출이지만 매출에만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기업들은 (정치인들과 달리) 잘못한 게 드러나면 바로 고개 숙여 사과는 한다”는 등의 말을 했다.

이들의 생각이 모두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오류투성이다. 그래서 MZ의 시각을 반영하는 게 기업 생존을 위한 ‘충분조건’이라 말하긴 힘들다. 다만 ‘필요조건’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한 대기업 임원은 본보 기사를 보고 “지금까지는 MZ세대를 관찰하기 바빴다. 이제 기업문화든 사업전략이든 그들의 말과 행동을 반영해야겠다고 새삼 느낀다”고 전해왔다.

사실 기업보다 더 급한 쪽은 노조다. 노조는 노조원들의 바람을 현실화하는 조직이다. MZ들은 자신이 일한 만큼 공정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MZ들에게 “한반도에 평화적 분위기가 확장돼 군비를 감축하면 남는 재원을 복지, 노동자 예산으로 쓸 수 있다”(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같은 발언은 상식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근로자들 중 MZ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들을 이해하지 못한 노조는 존재 가치를 잃어갈 것이다. 노조에도 생존을 위한 선택의 시간이 왔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mz세대#상식#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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