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자 통신조회 금지한 美 “언론 자유는 취재의 자유에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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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수사기관의 언론인 통신기록 조회를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미 법무부가 26일(현지 시간) 발표한 규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기밀 유출자 색출을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기자의 e메일을 포함한 통신기록을 조회하거나 취재 메모를 압수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로써 기자가 취재와 무관한 일로 수사 받거나 외국 정보원의 일원으로 간주될 때와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취재 행위가 강력한 보호를 받게 됐다.

이번 규정은 지난해 7월 임시로 도입된 정책을 명문화한 것이다. 법무부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법무부가 정보 유출자 색출을 위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기자의 통신기록을 몰래 수집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자 수사기관의 기자 통신조회 금지를 명령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매우 매우 잘못된 행태”라며 이를 금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언론 단체는 신설된 규정에 대해 “중요한 공적 관심사를 보도하는 언론을 보호하는 데 있어 분수령이 되는 조치”라고 환영했다.

수정헌법 1조를 통해 언론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미국에서도 기술의 발달로 통화기록 추적이 쉬워지면서 취재원 색출을 위해 기자의 통신기록을 압수하는 일이 잦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이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도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는 통신조회 문턱이 낮을 때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권력이 얼마나 쉽게 취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이참에 언론인 취재원보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는 취재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언론 취재를 방해하는 무분별한 법 집행 수단과 행위로부터 기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사기관이 언제든 기자들의 통신기록을 뒤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공익제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도 언론의 권력 감시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법원의 허락도 없이 개인의 통신기록을 뒤지는 후진적 관행을 돌아봐야 한다.
#기자#통신조회#언론 자유#취재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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