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연구소 설립이 시급하다[기고/김세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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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권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석좌교수
김세권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석좌교수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물에서 배를 이용해 모험과 탐험 활동을 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배들이 바닷속 깊이 침몰했다. 이러한 난파선에 실린 화물과 선상 생활용품 등은 당대 사회의 문화와 생활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76년 우리나라 신안 앞바다에서도 14세기에 건조된 신안선이 인양돼 배에 남아 있던 수많은 유물이 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다. 이 외에도 물에 잠긴 고대 도시, 항구, 해양 방어시설을 비롯해 운송, 교역, 이동, 전쟁, 어로 활동 등 다양한 해양 활동에서 남겨진 과거의 산물들이 바다에 잔존하고 있다.

바다는 이러한 과거의 자취와 함께 미래 공간의 가치도 가지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발전으로 수중잠수정, 수중로봇, 드론, 무인 원료 채취선이나 운반선이 개발돼 해저에 매장된 다양한 광물, 생물 및 에너지 자원을 개발해 활용할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최근 전기차 수요가 가파르게 늘면서 핵심 원료인 리튬, 흑연, 니켈 등의 가격이 치솟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관련 기업이 타격을 입었는데 심해에는 망간, 니켈, 코발트 등의 유용한 전략금속이 다량으로 분포돼 있다. 이러한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중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방면에서의 수중연구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수중연구소는 전문성을 갖춘 과학잠수팀의 최적 연구원들로 구성돼야 한다. 이들은 해양생태계의 해역 이동 영향평가, 해양생태계 복원, 과학잠수 조사, 해저생물상 및 해저광물 조사, 해저 환경오염과 해양폐기물 조사, 수중 문화재 발굴과 보존, 바다 관련 학술용역 등 해양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한 다방면의 과학적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국토가 작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육지 면적의 4.6배에 달하는 해양관할권을 갖고 있다. 바다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중연구소 연구를 활성화해 바다 공간과 미이용 자원의 활용을 폭넓게 개척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해저에 창고를 설치해 육상에서 장기 저장으로 비용 부담이 큰 농축산물을 저장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식량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양곡을 저온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데, 이것을 관리하는 데 전기료 및 인건비 등 엄청난 비용이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항상 10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는 바닷속에 창고를 설치해 곡류를 저장한다면 관리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기 생산에 필요한 화석연료의 소비도 함께 줄일 수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심해 바다농장을 설치해 온도가 12∼15도로 유지되는 냉수대에서 연어 양식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연재해의 피해가 거의 없는 심해 양식장 개발을 비롯해 해저광물 자원의 활용에 대한 연구를 시도해야 한다.

한계를 보이는 육상 공간을 대체할 수 있는 바다 공간의 무한한 가치가 수중연구소의 연구 결과들을 중심으로 밝혀져야 한다. 미래에는 더욱 무궁무진한 바다의 활용이 가능해져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세권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석좌교수
#수중연구소#설립#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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