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세 사기’ 의심 1만4000건, 이 지경 되도록 뭐 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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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1만3961건의 부동산 임대차 사기(이하 ‘전세 사기’) 의심 정보를 경찰청에 제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전세 사기와 같은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는 강력한 수사를 통해 일벌백계하겠다”고 지시하자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부동산원과 첫 전세 사기 합동 단속에 나선 결과다. 전세 사기로 의심되는 전세계약 보증금이 1조581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전세 사기는 일부 부동산 투기 세력만 돈을 챙기고, 대다수 서민들이 피해를 떠안는 구조라는 특징이 있다. 한 건축업자가 수도권의 신축 빌라 500여 채에 전세보증금 1000억 원을 받고 세입자를 들였다가 제3자에게 빌라를 팔고 잠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보다 높은 일명 ‘깡통 전세’여서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다 돌려받기 어렵다. 수도권의 아파트 1동을 통째로 소유한 부동산 업자는 경매가 곧 진행된다는 사실을 숨기고 30명으로부터 계약을 한 뒤 보증금만 받고 잠적하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보증금을 잃게 되는 서민들에게는 이미 한 발 늦은 셈이다.

전세 사기가 심각한 이유는 피해가 세입자들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부동산 투기 세력이 전월세 가격을 뻥튀기하고, 전세 수요와 공급을 왜곡하면 전체 주택시장에 영향이 미친다.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금액이 지난해보다 40%가량 늘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혈세가 추가로 투입될 수밖에 없다.

집값 하락으로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깡통 전세 공포가 확산되는 등 전세 사기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지 한참 지났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전세 사기의 일벌백계를 언급하자 그제야 단속을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찰은 전담팀을 구성해 내년 초까지 전세 사기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전세 사기는 처벌보다 계약을 미리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국토부가 관계 기관과 협의해 전세 사기 위험 지역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전세 사기 의심#1만40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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