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용관]지금은 ‘낮은 자세’가 답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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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약체 정권 인정하고 ‘심적 쇄신’ 나서길
정권 망쳤다간 2년 후 黨 간판 내려야 할 수도

정용관 논설위원
정용관 논설위원
윤석열 정권이 심각한 난관에 처한 것 같다. 진짜 위기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은 내심 답답해하는 듯하다. 망가진 한미 동맹을 빠르게 복원했고, 한일 관계 재정립에도 나섰다. 대북 안보 태세도 강화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을 천명했다. 나라의 기본(基本)을 바로 세우려 나름 애를 쓴 거 같은데…. 지지율은 머리가 하얘질 만큼 추락하고 있다.

정치 영역에선 뭘 하느냐와 함께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경제 위기의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데 뭔가 미덥지 않다. 지금 당장, 또 향후 5년 뭘 어떻게 해서 국민을 먹고살게 하겠다는 건지의 비전도 잘 보이지 않는다. 검찰 출신이나 지인 인사만 잔상에 남았다. 노동계에 틈을 보이면서 특유의 강단 이미지가 훼손됐다. 법과 원칙, 능력주의를 내세운 정권의 아이러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윤 대통령은 ‘톤앤매너’, 즉 말투와 태도에서 쓸데없이 점수를 까먹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 “그게 뭐 어때서?” 하는 식의 반문 화법은 솔직하다기보다는 진중하지 않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요즘엔 도어스테핑 실수를 줄이려 하는 것 같다. 김건희 여사도 2주일째 언론 노출을 피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겠지만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그런 변화가 단기 처방일지는 모르나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정국을 주도해 나갈 방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물론 용산 참모진과 당, 내각이 다 함께 심기일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현 대통령실 인적 구성이 ‘드림팀’인지에 대해 갸웃하는 이들이 많다. 비서실장과 5수석이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동지애를 공유하고 팀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국정 메시지를 정교하게 다듬고 여당 및 국회와의 관계도 주도해 나가야 한다.

국민의힘은 탄핵 정당이었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듯하다. 윤핵관들은 원톱이니 투톱이니, 형님이니 동생이니 하며 싸우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잘들 해봐라” 하는 듯한 태도다. 정권 망쳤다간 2년 후 총선에서 당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는데 눈앞의 당권 내전에 여념이 없다. 대권 욕심이 없는 현역 중진이든, 대통령과 소통이 가능하고 정치력도 검증된 외부 인사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게 현실적 시나리오일 순 있지만 다들 각자도생에 바쁘니…. 이 대표는 ‘통 큰 결단’을 내리고 윤핵관도 백의종군 태도를 보여야 한다. 어차피 ‘파생 권력’ 아닌가.

꽉 막혔다. 윤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쓸 수 있는 묘책은 별다른 게 없어 보인다. 인적 쇄신이 어려우면 ‘심적(心的) 쇄신’으로 가야 한다. 그 출발은 대외 환경이든 지지 기반이든 국회 의석 분포든 역대 최약체 정권임을 인정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서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집권 초 기세등등했던 이명박 정권 사례를 보라. 둑이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공권력도 무용지물이었다. 모종의 사태라도 벌어지면 어쩔 건가. 집권세력이 혼연일체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장관은 발에 땀이 나게 현장을 뛰고, 의원들도 윤핵관 눈치만 볼 게 아니라 국민의 가려운 곳을 파고드는 절박감을 보일 때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0%, 1%가 나와도 바로잡아야 할 것은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지금은 99% 민생 챙기기에 나서는 모습을 먼저 보일 때다. 취임 100일에 즈음한 8·15 경축사를 제2의 취임사라 여기고 윤석열 정부의 새 출발을 알려야 한다. 그게 윤 대통령이 성공의 길로 가는 좁은 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
#윤석열 정권#낮은 자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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