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은 총재 지명 놓고 또… 사사건건 충돌에 산으로 가는 국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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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밝힌 청와대-인수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둘러싸고 신구 권력 간 초유의 충돌을 빚고 있는 가운데 22일 늦은 
밤까지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각각 불이 밝혀져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불 밝힌 청와대-인수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둘러싸고 신구 권력 간 초유의 충돌을 빚고 있는 가운데 22일 늦은 밤까지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각각 불이 밝혀져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 측이 또 충돌했다. 청와대는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발표하게 됐다”고 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협의·추천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둘러싼 신구 권력의 갈등이 인사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이창용 씨 어때요’ 해서 (제가) ‘좋은 분이죠’라고 한 게 끝이다. 그걸 갖고 의견을 받았다니 납득이 가나”라고 했다. “발표 10분 전에 전화 왔길래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후보자 지명 자체를 반대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청와대 측은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문제도)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고 반박했다.

인사권 갈등은 시간 문제였을 뿐 언제든 터질 뇌관이었다. 양측의 소통 창구였던 당사자들이 각각 기자간담회나 비공개 설명회 등을 통해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 됐다는 점에서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전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불발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은 총재뿐 아니라 감사위원 임명 문제를 놓고 양측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청와대는 공석인 2명의 감사위원 중 최소한 1명은 자신들이 임명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새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사업이나 태양광 사업 등에 대한 감사를 벌일 경우에 대비해 감사위원 진용을 가능한 한 우군으로 채워 놓겠다는 의도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 인수인계가 이처럼 혼란스럽고 파행을 빚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러다 국정 전반이 산으로 갈까 걱정스럽다. 떠날 권력은 끝까지 자기 몫을 챙기려 하고, 새로 들어설 권력은 “그냥 떠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양측 모두 확전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우선 떠나는 권력의 인사권 행사는 자제돼야 마땅하다. 윤 당선인 측도 다소의 퇴로 명분을 주면서 협조를 얻는 기조를 택하는 게 신구 권력 갈등으로 지친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길이다.
#한은 총재 지명#국정#문재인#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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