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끝내 못 푼 한일관계, 양국 국내정치 악용 땐 다시 평행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일 00시 00분


코멘트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숙 여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 겸허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숙 여사가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 겸허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임기 중 마지막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은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 앞에 겸허해야 한다”면서도 “한일 양국의 협력은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책무”라며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 측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어차피 현 정권과의 관계 개선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다.

문 정부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 한일 관계는 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안부 합의 번복을 시작으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이에 따른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정권과 여권 핵심 인사들은 ‘죽창가’와 ‘토착 왜구론’으로 기름을 부었다. 일본 정치인들도 다를 게 없었다. 과거사 문제에 경제보복으로 나서 공분을 샀고 선거 때마다 인종차별적인 혐한 분위기를 부추겼다.

한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하기 어렵다. 세계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3국 공조를 강조한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았다. 한일 관계를 양자 관계로만 봐서는 우선 미국이 그리는 세계경제 재편 전략에 대한 적확한 대응이 어렵게 됐다. 양국 갈등의 기회비용도 크다. 합쳐서 국내총생산(GDP) 7조 달러에 1억7000만 명의 내수시장을 가진 양국 간 협력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웬만한 경제 충격을 이겨내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북한 핵 위협과 미사일 발사,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신냉전 흐름은 양국 안보 협력 필요성도 높이고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대선 후에도 꼬여 있는 양국 현안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 여야 대선 후보는 어제도 한일 관계 개선 청사진을 놓고 생산적인 토론을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말꼬투리 잡기에 더 열중하고 있다. 일본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역사 왜곡이나 다름없는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밀어붙이고 있다. 과거사와 관련해서도 강경 일색이다. 지금까지 한일 관계는 개선되다가도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순간 늘 원점으로 돌아갔다. 양국 모두 한일 갈등을 국내 정치에 악용하고자 하는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다.
#문재인 대통령#3·1절 기념사#한일관계#사상 최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