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유영]기본은 안 바뀐 이재명의 부동산 철학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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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와 거리두며 유연함 설파하지만
민간보다 공공 강조하며 현실 동떨어져

김유영 산업2부장
김유영 산업2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유연한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종합부동산세를 일부 완화하고 공시가격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해야 한다며 청와대와 맞섰다. 심지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까지 거론했다.

현 정부의 신념과도 같은 부동산 대원칙에 반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는 걸 보면 노선이 달라졌는지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이 후보를 최근 한 시간 반 넘게 인터뷰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 있다.

바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시장 친화적인 제스처로 보이지만, 그는 다주택자를 ‘타인의 주거 자유를 제한하면서 돈을 버는 투기꾼’으로 규정했다. 다주택자들이 전월세 가격을 올려 세입자가 이사 가도록 내몰아 주거 안정을 해친다는 것이다. 다만 당장은 거래가 얼어붙었으니 매물이 나오게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낮춰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과연 다주택자가 그러한가. 다주택자는 민간에서 전월세(임대주택)를 공급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과거 정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이 절실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적도 있었다. 공공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집을 사서 세를 줘야 임차 수요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다주택자의 이 같은 순기능을 무시하고 (대통령 당선 시) 초반에는 탈출할 기회를 주되 그러지 않으면 부담을 확실히 지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다주택자가 일정 기간이 지나도 주택을 내놓지 않으면 보유세와 양도세 모두 세율을 높여 벌주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는 새로운 방법이 아니다. 현 정부도 다주택자에게 양도세를 중과하겠다고 예고하고 1년 가까이 양도세 중과를 미뤄 줬지만 매물 유도 효과가 크지 않았다. 사람들은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보다는 가족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택했다.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에 ‘멍청한 여러 채’를 보유했던 사람들은 핵심지 ‘똘똘한 한 채’로 정리해 서울 강남 집값은 더 올랐다. 비(非)핵심지역 비(非)아파트는 내놔도 1년 넘게 안 팔리는 게 현실이다.

민간 임대 공급이 위축되면 세입자가 거주할 집을 누가 공급하느냐는 문제에 다다르는데 이 후보는 이 지점에서 ‘기본주택’을 꺼내 든다. 땅은 국가가 갖되 건축물만 분양하는 것으로 기본주택을 최소 100만 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싱가포르 공공주택을 예시로 들었지만 토지가 국유화된 싱가포르와 그렇지 않은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이 후보는 토지를 국가가 수용해 수도권에 기본주택을 짓겠다는 생각이다. 재원도 문제지만 도심도 아닌 수도권 주택 수요가 얼마나 높을지, 임대주택이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도 의문이다.

도심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개발 재건축도 합리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적정 이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하지만, 용도 변경 등으로 공공이 개입해서 발생할 민간의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은 확고하다. 국토보유세를 토지이익배당금제로 바꿔 보유세를 높이려는 기조도 토지공개념을 기반으로 했다.

‘경제 대통령’을 내세운 이 후보는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에 이르기까지 ‘기본’을 자신의 브랜드로 굳히려 하지만, 시장을 진정성 있게 존중하는 기본을 얼마나 다졌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는 이 후보의 모습이 “부동산은 자신 있다”던 임기 3년 차 문재인 대통령 발언과 정확히 겹쳐진다. 그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

김유영 산업2부장 abc@donga.com
#이재명#부동산 철학#아직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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