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 李쪽도 尹쪽도 수사 않기로 했나… 이래서 불신 사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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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건물. 동아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대장동 개발 비리 수사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진척이 없다. 수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윗선인 몸통으로 향하지 않고 깃털의 숫자만 늘리려다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유한기 씨가 2015년 당시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이재명 성남시장,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사퇴를 압박한 녹취록이 공개됐음에도 이 후보는 고사하고 정진상 씨에 대한 소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 재직 시 최측근이던 윤대진 검사장의 형으로 용산세무서장을 지낸 윤우진 씨가 스폰서로부터 돈을 받고 법조인과 세무당국 관계자들에게 청탁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돈을 받아 주가 조작을 한 혐의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구속기소됐다. 두 사람 다 공교롭게 과거 한 차례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윤 후보가 윤우진 씨의 접대와 청탁을 받았는지, 부인 김 씨가 주가조작에 관련돼 있는지, 윤 후보가 두 사건의 무혐의 처리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의혹이 있지만 수사는 딱 그 의혹들 앞에서 멈춰 있다.

검찰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두 후보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는 의혹은 아예 수사하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다. 혹시나 두 후보 모두에 대해 손을 놓고 있으니 수사가 공정하고 중립을 지키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이보다 어리석은 생각이 없을 것이다. 두 후보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때서야 이어질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편파적일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검찰의 본업(本業)은 범죄 의혹이 제기됐을 때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 수사하는 것이다. 검찰이 능력이나 시간이 모자라 대선 전까지 만족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수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과 매뉴얼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수사를 하지도 않는 것은 질적인 차이가 있다. 뒤의 것은 직무 유기다. 검찰이 대선 전까지 의혹의 진위를 밝힐 수 있는 데까지 밝히지 않으면 대통령 임기 내내 정국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검찰의 수사 책임자들은 큰 책임감을 느끼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이재명#윤석열#수사#지지부진#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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