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일자리 빠진 기본대출, 소득주도성장 재판 된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입력 2021-10-16 03:00수정 2021-10-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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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경제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핵심 공약인 ‘기본대출’을 가늠해 보기 위해 내년 3월 대선 결과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경기도의회가 12일 만 25∼34세 도내 청년에게 500만 원까지 연 3% 이내의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청년 기본대출 사업’의 근거인 ‘경기도 청년 기본금융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도내 청년에게만 제공하는 경기도 기본대출의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고 최대 대출금액을 1000만 원으로 2배로 늘리면 이 후보의 기본대출 공약이 된다. 이 후보는 올해 8월 기본금융 공약을 발표하며 “대부업체 이용자의 평균 대출금이 약 900만 원”이라며 “금리는 현재 기준 3% 전후로 대출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신용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만큼만 받고 최대 20년간 대출을 내주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현재 20대 이상 인구수는 4310만 명. 이들을 대상으로 1000만 원씩 기본대출을 해준다고 하고 이를 단순 계산하면 대출 공급 규모는 최대 431조 원이다. 이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규모는 최대 3조8800억 원 정도다. 지난해 말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 0.9%를 적용한 결과다. 정책 효과가 확실하다면 막대한 재정 투입과 손실 발생 우려를 감내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저신용, 저소득 서민층에게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있는 정책서민금융 상품들을 보면 그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정책서민금융 공급의 긍정적 효과는 단기적으로만 나타났으며, 대출자가 이후 다시 고금리 대출을 증가시키는 행태를 방지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기본대출의 손발 노릇을 해야 할 은행들의 속도 타들어간다. 돈을 빌릴 때 내는 이자는 대출자가 돈을 갚지 않았을 때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 등을 포함해 시장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신용도와 상관없이 저리로 대출을 해주는 기본대출은 이런 금융의 기본 원칙과 양립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권력의 ‘정무적 판단’이 내려진다면 외면할 수도 없으니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100% 보증을 해줄 계획인 만큼 은행 부담은 없다고 해도 부실대출 손실을 세금으로 모두가 나눠서 짊어져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경기도는 청년 기본대출 사업에 참여하는 금융사에 제공할 대출 공급 규모를 1조 원으로 책정했다. 대출금을 갚지 않아 발생한 금융사의 손실을 갚아주는 데는 5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기본대출의 성패는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대출 연체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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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기본대출을 발표하며 “연체 해소에 필요한 최소한의 일자리를 보장해 연체 및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1∼3월) 20, 30대 청년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0만 개 줄었다. 기본대출에 대한 생산적 토론을 하려면 이 ‘최소한의 일자리’를 보장할 구체적인 방안부터 내놔야 한다. 달콤한 구호만으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현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이 남긴 교훈이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일자리#기본대출#소득주도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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