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부는 작은 청와대로 출발해야[내 생각은/정승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 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여당과의 조율 시스템으로 ‘당정청’ 회의가 있다. 과거에는 해당 부처와 여당이 참여하는 ‘당정’ 회의였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청와대까지 포함돼 ‘당정청’ 회의로 바뀌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참여하는 ‘당정청’ 회의는 정부 운영 효율을 저하시키는 통제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다.

정부 각 부처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역할로 당정 조율은 충분하다. 법률에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도록 하고, 정부 각 부처를 포함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 감독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장을 위시한 청와대 참모는 대통령에 보고될 국정 현안에 대한 총리 혹은 각 부 장관의 보고 요건이 미진하거나 충족되지 못할 때 보좌 기능에 충실하면 되는 일이다.

청와대 근무 인력은 수석비서관 등 차관급 이상만 10명이 넘고 2급 이상 비서관만 100여 명 수준이다.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불리는 별정직과 각 부처에서 파견한 행정관 등을 포함하면 600명 이상이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 등 대통령 직속기관의 인력을 더하면 수천 명에 이른다. 단순 비교에 무리가 따르겠지만 미국의 경우 중앙정보국(CIA) 같은 대통령 직속기관 인력을 뺀 순수 백악관 소속 인력이 400여 명 수준이다.

인력 감축을 통해 무소불위의 수준이 된 청와대 기능을 각 부처에 환원하거나 귀속시켜야 한다. 그래도 대통령의 법적 권위는 흔들리지 않는다. 청와대의 의중, 승인 없이는 각 부 장관이 해당 부처 일개 사무관 인사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내년에 출범할 새 정부는 슬림한 권부, 작은 청와대로부터 출발하기를 기대한다.

※동아일보는 독자투고를 받고 있습니다. 사회 각 분야 현안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이름, 소속, 주소, 연락처와 함께 e메일(opinion@donga.com)이나 팩스(02-2020-1299)로 보내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정승재 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장
#다음 정부#작은 청와대#출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