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도 채택하지 않은 채 올해 국감을 준비하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절반가량 된다고 한다. 어제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8월 말까지 지난해 국감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상임위가 8곳이나 됐다. 그나마 기획재정위원회 등 2곳이 그제 부랴부랴 늑장 의결에 나섰지만 같은 날 올해 국감 계획서를 한꺼번에 채택하는 촌극까지 벌였다는 것이다.
국감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지적들에 대한 시정 및 처리 요구 내용 등을 담은 게 국감 결과보고서다. 법에 따라 상임위는 국감 이후 지체 없이 국회의장에게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일부 피감기관들은 “국감 결과 조치를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국회에 “지난해 국감 결과 자체가 확정되지 않아 조치사항도 확정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고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21대 국회는 범여권 정당이 180석을 확보한 여대야소로 출범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야당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지난해 국감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굵직한 이슈가 적지 않았으나 거대여당이 핵심 증인들의 채택을 반대하는 바람에 알맹이 없는 ‘맹탕 국감’에 그쳤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랬던 여대야소 국회가 기본적인 법적 절차도 내팽개쳤다. 온통 대선 구도에만 정신이 팔렸기 때문일 것이다.
국감은 1년에 1번, 3주간 진행된다. 피감기관은 많지만 의원에게 부여된 질의 시간은 너무 짧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국감무용론과 더불어 상시 국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3주 국감도 내실 있게 하지 못하고, 국감 결과보고서 채택도 게을리해온 국회를 보면 설사 상시 국감으로 전환한들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여야 협상을 거쳐 상임위원장을 재배분한 뒤 실시되는 21대 국회 두 번째 국정감사는 다음 달 1일 시작한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감이다. 부동산 문제와 청년 일자리 문제 등 따져볼 현안이 산적해 있다. 내년 대선에만 혈안이 돼 선거 유불리만 앞세운 정쟁 국감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여든 야든 진정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 마음도 얻을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