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어제 북한 김여정의 문재인 대통령 비난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반응을 일일이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여정은 전날 밤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성공을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평가한 데 대해 “우몽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김여정의 모욕적인 대남 조롱도, 그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도 이젠 남북관계에서 익숙한 일이 돼 버렸지만 이번 문 대통령 비난에도 정부가 입을 닫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에선 “김여정의 담화가 과거에 비해 형식과 내용에서 상당히 절제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과거의 독설에 비해 수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불손한 언사와 불순한 의도는 이전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김여정 담화는 과거에 쓰던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 대신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실명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마치 ‘검열관’이라도 된 듯 ‘도발’이라는 단어 사용을 놓고 시비를 걸었다. ‘대통령’ 호칭을 사용한 것도 “소위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라며 대놓고 비난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아가 김여정은 자신들의 군사력 개발이 한국군의 ‘국방중기계획’과 다를 바 없다는 뻔뻔한 주장을 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유엔의 대북 결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국제법 위반이다. 북한은 우선 한국 대통령의 입부터 막아 그런 불법행위도 묵인받고 정당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에선 따끔한 한마디는 고사하고 언짢다는 소리도 없다. 통일부 당국자가 비공식적으로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 예의와 존중은 지켜야 한다”고 말한 게 전부다. 이런 정부의 저자세야말로 북한을 더욱 기고만장하게 하고 국민을 절망하게 만드는 우몽함일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