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생태계 아이디어 도출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해야[동아광장/이성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입력 2021-08-03 03:00수정 2021-08-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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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과정에도 기업 관여하는 유럽 대학
창업생태계 위한 기업-대학 상호작용 늘려야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는 44개국 중 9위
국내 창업활동 질적 성장 위한 전략 수립해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방문했을 때였다. 대학 내 연구소인 제조공학연구소의 초정밀가공 분야 석·박사학위 과정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학위 과정을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기업이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연구 주제로 제시하면 학생의 역량과 관심사에 따라 연구 주제가 매칭된 후 연구가 진행됐다. 기업은 연구비를 지원할 뿐 아니라 학생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전 과정에 정기적으로 참여한다. 그 대신 대학과 함께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연구소 기술을 사업화할 기회를 갖게 된다. 유사한 사례는 독일 뮌헨공대 학위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학생은 BMW가 제시한 기술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해야 박사학위를 수여받을 수 있고, 이후 BMW에 채용돼 사내벤처 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다.

창업이란 본질적으로 위험이 큰 활동이다. 그러나 앞선 사례에서와 같이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학생의 역량을 계발하고 조인트벤처 혹은 사내벤처 형태의 창업을 유도한다면 그 위험은 낮아질 수 있다. 이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용어가 창업생태계다. 창업생태계란 창업자, 창업지원기관, 투자자 등 창업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구성요소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돼 창업이 활성화되는 환경을 의미한다. 창업생태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개별 구성요소의 역량도 중요하나 이들의 상호작용도 중요하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자와 훌륭한 투자자가 있어도, 적절한 시기에 서로 만나지 못한다면 그 아이디어는 빛을 발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창업자, 창업지원기관, 투자자를 육성하는 것 외에도 이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잘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창업생태계의 현황을 살펴보면 아직은 구성요소의 연계가 다소 미흡해 보인다. 우선 대학 내부를 살펴보면 창업 유관기관들의 협력이 약하다. 산학협력단, 창업지원단, 창업교육센터, 창업보육센터, 기업가센터 등 대학 내 여러 조직이 창업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들은 서로 다른 정부 지원 사업과 연계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유사 프로그램이 중복 제공되거나 지원의 공백 영역이 생길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어떠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대학이 학생들의 창업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각 조직의 역할이 명확히 정의된 뒤, 전문화된 영역에서 유기적으로 협업하여 창업 단계별 맞춤 지원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외부를 살펴보면 창업에 있어 민간과의 연계가 약하다. 실전 창업 역량을 강화하려면 외부 전문인력을 창업 강의와 멘토링에 적극 투입해야 하나 비용 등 문제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해외 대학들은 동문 창업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창업펀드를 구축해 후배 창업자들을 육성해 왔다. 기업, 액셀러레이터, 에인절투자자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창업펀드를 조성하고 운영하기도 한다. 반면 국내 대학의 창업 네트워크와 펀드는 일부 대학에서 이제야 조성 중이다. 민간과의 연계 강화를 위한 대기업 역할 또한 생각해 볼 만하다. 대기업들은 주로 투자를 통한 스타트업 육성에 기여해 왔다. 삼성전자의 C-Lab Outside, 현대그룹 아산나눔재단, CJ그룹 상생혁신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우수한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 외에도 기업가정신을 보유한 대학 인재 양성에 기업이 조금 더 깊이 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 앞선 대학들 사례처럼 창업 가능한 기술의 아이디어 도출 단계에서부터 기업이 대학과 적극 협력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서 강조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해당하는 영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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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는 44개국 중 9위다. 이 순위에서도 보여주듯 지난 몇 년간 국내 창업활동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해 왔기에 이제 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을 수립할 때이다. 그 중심에 대학이 있다. 산업의 혁신적 변화를 이끈 카카오, 네이버, 구글의 딥마인드 모두 30대 청년 창업자들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청년 창업자들의 육성과 기술 사업화의 역할을 주도하는 곳이 바로 대학이기 때문이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창업생태계#기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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