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책임지는 국민연금 주식매도 탓할 일만 아니다[광화문에서/박희창]

박희창 경제부 기자 입력 2021-03-05 03:00수정 2021-03-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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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경제부 기자
“이게 다 연기금 때문이라면서요?”

주부 김모 씨(54)는 올해 주식 투자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코스피가 3,000 선을 넘어선 1월 초 삼성전자 주식을 500만 원어치 샀다. 지난해 9월 5만8000원대에 삼성전자를 산 친구의 수익률이 50%를 넘었다는 말을 듣고 붓고 있던 적금을 깼다.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 그의 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다.

연초 뜨거웠던 주식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김 씨와 같은 개미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4일까지 45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며 역대 최장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연기금이 내다 판 금액은 13조3350억 원에 이른다.

상승장에서 주식을 팔아야 하는 연기금도 이유는 있다. 국내외 주식, 채권 등 투자 자산별로 사전에 정해놓은 투자 비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가 급등하면서 여러 자산 가운데 국내 주식의 비중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21.2%였다. 지난해 목표치(17.3%)를 3.9%포인트 초과한 데다 올해 목표치는 16.8%로 더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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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이 팔아치우는 동안 31조 원어치 넘게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당연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율을 높여 달라’ ‘매물 폭탄이 된 국민연금 주식 운용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당장 국내 주식 매도를 중지하라’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 규탄했다.

정부는 개인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달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리밸런싱(자산 배분) 문제를 기금운용본부에서 검토하고 다음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기금 매도세를 줄이기 위해 자산별 투자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투자 자산 배분은 전략이 담긴 경제적 선택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 투자는 늘리는 기조를 이어왔다. 매년 운용 전략을 수립하면서 그 방향이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988∼2020년 해외 주식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률은 10.23%로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8.99%)을 웃돈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원칙에는 운용 독립성이 포함된다. 정치적 선택이 아닌 경제적 선택이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정부의 책임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살피기 전에 국민연금 또한 주식시장에 참여해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는 투자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노후에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또 다른 모습이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노후#국민연금#주식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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