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정수석 사의 파문… 무리한 검찰 장악 인사가 빚은 파열음

동아일보 입력 2021-02-18 00:00수정 2021-02-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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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어제 밝혔다. 취임한 지 한 달여밖에 되지 않은 신 수석이 그만두겠다는 이유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 견해가 달랐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법무장관 안(案)이 조율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가 가고 발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일인 7일 전격 발표된 검찰 인사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범계 법무장관은 형식적으로만 윤석열 검찰총장과 논의했을 뿐 윤 총장이 교체를 요청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이른바 ‘추미애 라인’ 검사들을 유임했다. 윤 총장에게는 발표 직전에야 명단이 통보돼 ‘패싱’ 논란이 일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인사를 할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하라는 검찰청법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신 수석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사정비서관을 지내면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고, 2017년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는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문 대통령의 측근이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교체와 맞물려 검사 출신인 신 수석이 임명되자 법무부·여권과 검찰 간의 갈등을 완화하는 데 역할을 하고, 검찰 인사를 합리적으로 조율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청와대의 설명대로라면 박 장관이 신 수석과 조율되지 않은 인사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도 문 대통령은 재가했다. 검찰총장뿐 아니라 민정수석도 ‘패싱’된 것이다.

결국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 바뀌었어도 검찰 인사를 둘러싼 불협화음은 여전하다. 여권이 계속 무리하게 검찰 인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원전 수사 등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검찰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민정수석마저 반발하는 인사를 해놓고 검찰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지금은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보다 검찰이 정치에 예속되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점이, 이번 민정수석 사의 파문으로 더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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