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00대 기업[횡설수설/김광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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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대 경제 잡지 포브스와 포천은 모두 격주로 발행된다. 내용도 비슷하지만 각종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것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영업에 활용하는 것도 비슷하다. 이 순위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이나 컨설팅 회사들의 주요한 참고자료로 쓰인다. 특히 포브스는 경제 관련 순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인’ 같은 다양한 순위를 발표해서 주목받고 있다.

▷대한상의가 13일 ‘국제비교로 본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매출액 순이익 자산 시가총액 등 4가지 지표를 종합해서 순위를 매기는 포브스 100대 기업을 보면 한국 대기업의 세계적 위상 변화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한국은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100대 기업에 포함돼 있는데 2010년 이후 10년째 신규 진입이 없다. 한국에서는 ‘재벌’ 소리를 들어도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는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셈이다. 그런데 한국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사이 중국은 11개, 미국은 9개, 일본은 5개 기업이 글로벌 100대 기업에 새로 들어갔다고 한다.

▷대한상의의 분석 중 세계 억만장자 순위도 눈길을 끈다.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는 한국이 28명인데 이 중 16명 즉 57%가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반면 미국은 70%, 중국 98%, 영국 87%, 일본 81%가 자신의 힘으로 사업을 일궈 억만장자가 됐다고 한다. 전 세계 평균은 69.7%였다. 글로벌 100대 기업 신규 진입이나 개인 자산가를 보면 한국은 과거와 같은 ‘다이내믹 코리아’가 아니라 ‘고인 물’ 사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올해 5월 21대 국회가 출범한 후 여당이 입법과제로 정한 경제 관련 25개 법안 가운데 상법개정안 등 기업규제 3법 등 20개는 이미 통과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5개는 대기 중이다. 한결같이 기업에 새로운 규제를 부과하거나 기업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직원들의 부주의나 과실로 인명사고가 발생해도 이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주를 징역형으로 형사처벌하는 법령도 있다. 교도소 담장을 걷는 직업은 정치인이 아니라 기업인이라고 해야 할 형편이다.

▷한국의 중소기업 오너들 가운데는 “나는 사업해서 돈은 좀 벌었지만 자식에게까지 사업하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공무원이 되거나 차라리 편안한 월급쟁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나 정치권이 기업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 대하듯 하는 환경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의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라와는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중대재해기업처벌법#더불어민주당#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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