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당헌 고쳐 후보 내겠다”는 민주당의 습관적 약속 파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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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그제 소속 선출직 공직자 잘못으로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후보 추천을 하지 않기로 한 당헌의 개정 여부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묻겠다고 밝혔다. 기존 당헌이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의 걸림돌이 되자 아예 당헌을 고쳐 후보를 내겠다는 것이다. 해당 당헌은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일 때 당 혁신안으로 명문화됐다. 당시 민주당은 관련 법안까지 발의했고, 문 대통령은 발의 취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래야 정치가 발전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이 대표는 “후보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고 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2017년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무공천 방침을 번복하자 당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후보를 내고 심판을 받는 것이 공당의 책임이라면 애당초 그런 당헌은 왜 만들었고, 다른 정당의 행태는 왜 비난했는가.

당원 투표를 통해 개정 여부를 묻겠다는 것도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당 대표가 이미 공천이 공당의 도리라고 밝힌 이상 당원 투표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당헌은 정당의 헌법이다. 그런 당헌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으로 이용하는 민주당이 ‘공당의 책임’을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민주당이 약속을 뒤집고 공천을 강행하는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서울 부산은 정치적 상징성이 큰 데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정당 입장에서는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집권여당이 이해득실에만 급급해 국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면 더 이상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민주당은 지난해 말 여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정작 선거를 앞두고 구체적으로 손해가 예상되자 당초 안 만들겠다는 약속을 버리고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했다. 스스로는 ‘책임 있는 공당’이라 하지만 조금만 이익이 되면 얼마든지 계약을 파기하는 질 낮은 장사치와 다른 점이 뭔가.
#민주당 당헌#더불어민주당#공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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