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신뢰 회복 위해 의사와 정부 힘 합치길[윤희웅의 SNS 민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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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의사 파업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았다. 무엇보다 언론의 기사량이 상당했다. 최근 1개월간 중앙 및 지방 일간지, 방송사 등 주요 53개 언론사의 기사를 보면, 최근 이슈가 된 ‘2차 재난지원금’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 관련 기사보다도 의사 파업 관련 기사량이 더 많았다.

사람들은 의사들도 권리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반면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환자를 외면하는 파업을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여기에다 이번 의사 파업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여론의 호응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일주일간 트위터와 블로그, 언론 기사 내용에서 의사 파업 연관어를 살펴보면 일반 대중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연관어 가운데 ‘(파업) 이유’가 가장 상위에 올라 있다. 또 파업과 관련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주목을 받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의학갤러리’ ‘글’ ‘이주혁 의사’ 등도 주요 연관어 목록에 보인다. 사람들은 왜 파업을 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던 셈이다.

이어 ‘시선’ ‘기득권’ ‘밥그릇 싸움’ ‘실제 속사정’ ‘지방도시 의료부족’ 등도 높게 나온다. 이 연관어들은 대체로 파업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으로 사용됐다. ‘시선’은 다양한 관점을 언급하는 데 쓰이기도 했지만 대개는 냉담한 반응을 표현할 때 사용됐다. 이번 파업을 기득권을 지키려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일반인들 사이에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방도시 의료부족’이라는 현실을 강조하며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글도 많았다.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의 대응에 대한 비판적인 글도 제법 되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정부와 여당이 정교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부정적 평가가 담겨 있었다.

의사와 정부 간의 갈등은 일단 봉합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다급한 상황에 처한 정부로서는 의사협회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의협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는 합의문을 이끌어냈지만 신뢰는 흔들렸다.

우리나라의 의사 신뢰도는 낮은 편이다. 2년 전 한 글로벌 마케팅사에서 23개국의 직업 신뢰도를 비교조사해 발표한 바 있다. 1위는 과학자였고, 2위는 의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뢰도 2위는 의사였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좋은 평가가 아니었다. 의사 신뢰도가 23개국 중에서 현저한 격차로 최하위였기 때문이다. 23개국 평균 의사 신뢰도는 56%였으나 우리나라의 의사 신뢰도는 28%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우리나라 일반인에 대한 신뢰도는 22%로 의사 신뢰도(28%)와 비교해 차이가 크지 않았다.

올 상반기(1∼6월)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면서 의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매우 높아졌다. 국민의 생명을 위해 땀 흘리는 의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사 캠페인까지 전개됐을 정도였다. 이제 의사와 정부가 힘을 합칠 때다. 그래서 의사들이 수고하는 만큼 국민적 신뢰를 얻는 날이 오길 바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의사 파업#의료#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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