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 예술가들을 춤추게 한다[광화문에서/손효림]

손효림 문화부 차장 입력 2020-07-07 03:00수정 2020-07-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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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문화부 차장
“오늘 1만7000원을 받았습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 사용한 노래의 저작권료예요. 가사를 제가 썼거든요. 영화가 TV 등에서 아무리 많이 방영돼도 제게 돌아오는 건 없는데 노래 덕분에 수입이 생기네요.”

지난달 민규동 영화감독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감독은 연출에 따른 계약금을 받는 게 전부라고 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추가 수익을 얻지만 손익분기점을 넘는 건 15%에 불과하다는 것. 계약금 외 수익을 갖는 감독은 극히 소수라고 했다.

“저를 비롯해 시나리오를 쓰는 감독이 많은데요, 여러 플랫폼에서 영화가 방영되어도 시나리오 작가료, 연출료를 못 받아요. 모두 제작사의 몫이죠.”


민 감독은 어려운 환경에서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구조 때문에 창작 의지가 꺾인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영화감독조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받은 연출료를 연봉으로 환산한 결과(2017년 기준) 수입이 아예 없거나 500만 원 미만이 39%,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이 21%였다. 감독 5명 가운데 3명은 한 달 평균 소득이 100만 원이 채 안 되는 셈이다. 민 감독은 “독신인 감독이 많은 건 이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대학 강의를 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배우자가 생계를 책임지거나 빚을 내 사는 감독도 적지 않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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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출판계도 그렇다. 이성미 시인은 “원고료 대신 정기구독권이나 문예지를 주거나 씻어도 씻어도 검은 물이 나와 먹어도 되나 싶은 쌀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원고료를 아예 못 받기도 한다. 한 시인은 “원고료가 얼마인지 물어보기가 민망해 일단 원고를 보냈다. 한참 뒤 편집자가 전화해 ‘경영 상태가 어려워 원고료를 지급할 수가 없다. 미안하다’고 한 적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이런 일을 숱하게 겪은 후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반드시 원고료를 확인한다고 했다.

작품이 실패하면 출연료를 못 받기도 한다. 유명 원로 배우는 3년 전 방송 프로그램이 조기 종영되면서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낀 다른 배우는 촬영 때마다 “출연료를 먼저 주지 않으면 안 찍겠다”고 버텨 유일하게 출연료를 받아냈다고 한다. 원로 배우는 “그런데 촬영 현장에서 그렇게 하기가 어디 쉽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예술 현장이 멈춰서면서 문화계 종사자들은 질식 직전에 처했다. 정부는 긴급 지원에 나섰다. 급한 불은 빨리 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창작물에 따른 수익을 체계적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 정당한 보상이 담보돼야 의욕적으로 창작 활동에 몰입할 수 있고, 이는 더 좋은 결과물로 이어진다.

민 감독은 말했다.

“단 한 명이라도 영화를 본다면 수익의 일부분이 감독에게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는 창작물을 만들고 이에 대한 권리를 지닌 이들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저작권료#창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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