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아닌 상수 된 위기, 여기서 기회 찾는 스타트업[광화문에서/엄희진]

염희진 산업2부 차장 입력 2020-06-08 03:00수정 2020-06-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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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희진 산업2부 차장
1년 전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인 간담회에서 만난 A업체 대표는 규제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A업체는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 웨이팅 서비스’를 개발했다. 별도 단말기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줄 서는 번거로움 없이 입장할 시간에 휴대전화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식당이나 전시회, 각종 행사로 사업영역을 차츰 넓혀가던 A업체는 3년 전쯤 시(市) 소유의 스포츠센터가 개최한 볼링대회에 이 서비스를 도입하려다가 제동이 걸렸다. 정부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면 별도 서버를 구축해야 한다는 규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아닌 스타트업에서 큰돈을 들여 따로 서버를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난해 도청의 여권발급 부서도 대기표를 발급하는 대신에 이 서비스를 적용하려다가 규제를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소상공인들이 지원자금을 신청하려 줄을 서자 이 서비스가 필요해졌다. 3월 말 급하게 이 서비스가 적용된 후 소상공인들이 지원자금을 신청하려고 줄 서는 풍경이 사라졌다. 밀집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게 되니 코로나19 감염도 예방할 수 있었다. 이후 A업체는 사람이 모여 줄을 서는 곳을 찾아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오랫동안 갈고닦은 기술이 코로나19로 빛을 보는 건 A업체뿐만이 아니다. ‘비(非)대면’ 세상이 코로나19로 성큼 다가오자 관련 스타트업이 기회를 얻고 있다. 오랫동안 반대에 부딪혔던 원격의료 서비스도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아 허용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정부가 492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가 스타트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이라는 답변(42.5%)이 ‘부정적’이라는 답변(32.3%)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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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B업체도 자신의 기술이 방역에 도움이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 업체는 페스티벌이나 콘서트 등 주로 공연 분야에서 사용되던 종이티켓이 아닌 온라인 티케팅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던 중 자신들이 개발한 방문자 기록 기술이 다중시설을 이용하는 방문객 정보 인증에도 쓰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말기에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고 자신의 건강상태나 해외 방문 여부 등을 입력하면 보안이나 해킹 걱정 없이 다중시설 이용자를 체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가 이 서비스를 도입해 다중시설을 이용하는 방문자들을 체크하고 있다.

처음 코로나가 터지자 대다수 스타트업은 바이러스가 사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큰 변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계속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런 예측 불가능함은 이제 변수가 아닌 항상 따라다니는 상수(常數)가 됐다는 걸 말이다. 코로나19로 크게 성장하던 쿠팡과 마켓컬리가 바이러스 집단 감염으로 휘청거리고, 몇 년 새 주목받던 공유경제가 하루아침에 위기를 맞는 세상이 됐다. 영원한 기회도 위기도 없게 된 사업여건 속에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조용히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생존전략이 됐다.

염희진 산업2부 차장 salthj@donga.com

#스타트업#코로나19#마켓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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