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대 성장도 어렵다”는 발언마저 희망고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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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코로나19 진행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올해 1%대 성장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이 2월 올해 성장률을 2.1%로 전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낮춘 것이지만 마이너스 성장만 하지 않아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상황에서 1%대를 거론하는 것은 한은이 현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소지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달 초만 해도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경기가 V자형으로 급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L자형으로 침체 여파가 오래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주 경제학자와 이코노미스트 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분기별 성장률이 2분기에 ―25% 급락했다가 3, 4분기에 각각 6.2%, 6.6%씩 반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유럽 경제도 마찬가지여서 독일경제연구소(IW)는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수습될 경우를 가정했을 때도 올해 독일의 성장률이 ―5%이고 최악의 경우 ―1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독일의 사정이 이 정도다.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많이 타는 한국 경제도 몹시 어려워질 각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8일 올해 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로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중앙은행은 경기에 대해 대체로 보수적이고 총재는 신중한 입장을 표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치권을 의식해 경기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실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발언에 담긴 숫자는 물론이고 뉘앙스마저 대단히 중요한 자리가 중앙은행 총재다. 한은 총재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 정치인들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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