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난임 부부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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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원하는 부부에게 1년 넘도록 자연적으로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난임으로 정의한다. 국내의 난임 진단자는 22만여 명에 이른다. 아이를 낳기 위한 고난의 여정에서 이들은 말 못할 슬픔을 겪는다. 2015년 난임 여성 대상 설문조사에서 26.7%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우울감과 고립감을 경험한 이들은 86.7%에 이르렀다.

▷지난해 처음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0.98을 기록했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면서 2021년부터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생 낳는 아이 수가 줄어든 데는 만혼과 난임 증가도 한몫한다. 난임 시술은 체외수정과 인공수정으로 나뉜다. 체외수정 임신율은 40% 안팎으로 인공수정(17∼18%)에 비해 높지만 한 가지 흠이 있다. 평균 시술비가 341만 원(2015년 기준)으로 인공수정보다 5배 이상 비싸다.

▷2006년부터 난임 치료를 지원해 온 정부가 올해 그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지원 횟수도 늘렸으나 여전히 문턱은 높다. 난임 시술비가 정작 자연임신 확률이 높은 만 44세 이하 여성에게만 지원된다. 횟수 제한도 문제다. 시험관 시술 7회, 인공수정 3회를 합해 10회인데 모든 시술이 맞는 경우는 극소수라 실질적으로 10회까지 지원받기 힘들다. “첫째 아이만이라도 집중적으로 지원해 달라”는 것이 난임 부부의 절박한 호소다. 또한 난자 채취를 할 때마다 5∼7일이 필요한데 난임 휴가는 연간 3일뿐, 난임 시술에 집중하려면 직장까지 관둬야 할 상황이다.

▷난임 시술로 태어난 신생아는 2017년 2만854명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출생아 수 30만 명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난임 가정의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 출산율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올해 저출산 예산 23조4000억 원 가운데 난임 지원은 184억 원에 불과하다. 아이 낳을 준비가 안 된 사람과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 어느 쪽에 저출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눈물이 난다는 난임 부부의 아픔에 대해 사려 깊은 응답이 필요하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난임#합계출산율#인공수정#난임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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