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결제망 개방한다지만 핀테크 속도 못 쫓아가는 규제혁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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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은행들이 올해 안에 금융결제망을 핀테크 기업들에 전면 개방하고 결제망 이용료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금융위는 어제 이런 내용의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런 방안이 실현되면 소비자들은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여러 시중은행에 접속해 결제하거나 송금을 할 수 있고 지하철 버스 등에서도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금융결제망은 시중은행들이 독점해왔고, 은행들도 서로 칸막이로 나뉘어 A은행 앱으로 B은행에 있는 돈을 입출금하기 어려웠다. 은행들이 공동 결제망을 구축하고 핀테크 기업에까지 개방하면 금융회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서로 경쟁을 벌이면서 다양한 혁신 상품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4월에 금융 분야 규제 샌드박스 법인 ‘금융혁신지원 특별법’까지 시행되면 크게 뒤처졌던 한국의 핀테크에도 다소나마 볕이 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앞서 나가고 있는 핀테크 분야를 한국이 쫓아가려면 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융합한 핀테크(Fintech)를 통해 금융시장과 전통산업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수수료도 없이 P2P(개인 간 거래)로 해외에 송금을 하는가 하면, 신용카드나 현금이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QR코드만 찍으면 물건값이 결제되는 등 새로운 서비스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들은 거대한 금융시스템에 변혁을 가져오고 있으며, 기존 금융회사들도 생존을 위해 변신의 몸부림을 하고 있다.

한국만 갖가지 ‘갈라파고스식 규제’로 금융산업의 발전이 꽁꽁 막혀 왔다. 핀테크 기업은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을 수 없고,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서버 시설 규정을 맞춰야 하는 등 사업 단계와 분야마다 온갖 족쇄가 채워져 있다. 2017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등 신산업 5개 분야 700여 기업에 실태조사를 해보니 “규제 때문에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었다”는 기업 가운데 핀테크 분야가 70.5%로 가장 많았다. 금융당국과 당정청이 규제개혁에 시동을 걸긴 했지만 이제라도 좀더 속도를 내야 한다. 국회도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3개 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함으로써 금융규제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오명을 벗어야 할 것이다.
#금융결제망#핀테크#규제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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