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복남]건설, 혁신의 첫걸음 내디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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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국토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 건설업은 국토 인프라 건설을 주도함에도 불구하고 국민 눈에 비친 이미지는 부정과 부패, 그리고 부실로 굳어져 있다. 역할에 비해 이미지는 뒤떨어져 있고 저평가돼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생산성 혁명과 산업의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신기술로부터 건설은 소외돼 있다. 낮은 생산성과 신기술에 소극적인 것은 건설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건설은 울타리 안에 칸막이를 만들어 보호받는 데 익숙해져 있다. 건설을 모태로 출범했던 조선과 자동차산업은 전자산업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챔피언 산업이 됐다. 그런데 건설은 잠재된 가능성을 보지 않고 울타리 속 칸막이로 시장을 지키기에 집중했다. 내수시장 성장이 멈추자 울타리 안에서 저가 경쟁과 손실을 전가시키기 위한 다단계 하도급이 급증했다. 건설산업의 생태계 붕괴로까지 이어질 위험성이 높아졌다. 위기를 공감한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산업의 혁신 방향과 원칙에 관한 연구와 토론을 거쳐 이달 7일 노사정이 함께하는 로드맵을 담은 혁신 방안을 공개했다.

과거 40년간 국내 건설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인식되었던 업종·업역 칸막이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다만 시기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었고 현재도 이는 진행 중이다. 자기계발 작가 팀 페리스가 세계 최고 멘토들의 지혜와 통찰력의 근원을 연구한 결과는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였다. 올 4월 출범한 혁신위원회 민간위원장직을 맡은 필자에게 쏠리는 지인들의 의문과 주문은 이렇다. 의문은 ‘해 봤자 실패’할 것을 왜 또 반복하는지에 대한 염려가 담긴 의심이다. 주문은 ‘과감하고 신속하게’라는 독려가 담긴 채근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와 계획이라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과 기술의 변화 속도와 크기를 파괴하고 있다. 과거 10년간의 변화가 1년 안에 일어나고 2, 3년의 기술 격차가 20∼30년 차이로 벌어지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경영자가 최근 내놓은 책 ‘초격차’가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필자의 경험적 판단에 따르면 초격차라는 단어와 달리 현재 세상은 오늘의 위치를 내일 지킬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40년간 갇혀 있었던 울타리와 칸막이를 허무는 담대한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전 세계 2% 미만 국내 시장에서 울타리 밖 98%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한국 건설에 기대를 건다. 전 세계 건설 시장의 승자가 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10년 후 건설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챔피언 산업이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
#국토 인프라#건설업#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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