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개호]베이비붐·청년 세대의 희망 ‘농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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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11월 11일은 23회 농업인의 날이다. 모든 국민과 축하하고 싶은 날이지만 최근 농업이 사회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농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 산업화 과정에서 농업의 국가경제 기여도가 낮아지면서 국가 예산 중 농업 예산 비중은 2008년 4.8%에서 올해 3.4%로 줄었다.

그러나 국가경제에서 농업 비중이 감소한 것이 농업의 중요성과 가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농업은 세계 경제, 사회, 문화의 혁신적인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예를 들어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시카고거래소(CBOT)’는 1848년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거래하기 위해 설립됐다. 날씨에 크게 좌우되는 가격 변동을 극복하고자 수확기 전에 가격을 정하고 거래를 확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당대에는 혁신적인 선물거래 방식으로의 전환이었다. 처음에는 농산물 유통을 혁신하고자 도입했던 것이 170년이 지난 지금은 외환, 비트코인 등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로 발전했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한 협동조합도 지역의 농업공동체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다.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선진 농업국가에서는 농업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이 발전했다.

최근에도 농업은 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가치를 이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 침체와 고용 부진 속에서도 농업 분야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농촌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청년들은 스마트팜처럼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기회에 도전한다. 농촌에서는 취약계층의 고용, 돌봄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이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농업이 창출할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국민은 환경, 식품안전 등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기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에 더 효율적이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혁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걸맞게 우리 농업계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예컨대 농업인이 환경에 유익한 방식으로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면 사회적 비용이 줄고, 생태계 보전과 같은 공익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이제 농업인 스스로 농업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 고단할지라도 그 길이 농업과 농촌이 품은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과 공감하는 지름길이다. 정부도 그 길에서 농업인과 함께할 것이다.

이러한 염원을 담아 23회 농업인의 날은 ‘농업의 가치를 소중하게, 농촌의 미래를 풍요롭게’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농업은 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의 씨앗을 품고 있다. 우리가 농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면 농촌의 미래, 나아가 사회 전반에 풍요로운 결실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국민 먹거리 생산에 애쓴 농업인의 노고를 격려하며, 이날이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베이비붐 세대#농업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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