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상/홍형진]지방도 우리나라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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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형진 소설가
홍형진 소설가
38년의 절반을 울산에서, 절반을 서울에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고향에선 “니는 이제 서울 사람 아이가!” 소리를 듣고, 서울에선 “경상도 출신이시죠? 사투리가 남아 있네요” 소리를 듣는다. 양쪽 어디에도 온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느낌이고 가끔은 스스로도 헷갈린다. 서울과 고향의 기류가 확연히 다른 무언가를 접할 때면 특히 그렇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동안 이쪽의 이런저런 것들이 내 안에 표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임에도.

이달 초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금리 인상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과잉이 집값 급등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일주일 후 국정감사에서 ‘금리 결정권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있다’며 황급히 수습했지만 이는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금통위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방 출신, 그것도 현재 무척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남권 중공업단지 출신인 나는 그보다 다른 데 주목했다.

지난 2년 동안 서울 집값은 20% 가까이 뛰었지만 경남권의 집값은 8% 남짓 내렸다. 조선업과 자동차업의 극심한 불황으로 지역 경기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특히 거제 집값은 15% 넘게 떨어졌다. 거제도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는 내 외사촌은 일감이 없어지며 소득이 절반 아래로 줄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든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침체에 최저임금 인상이 겹치며 자영업자들이 채용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이 더해진다면? 금리 인상은 기본적으로 경기 과열을 막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서울의 집값을 잡는 목적으로는 유용할지 모르겠으나 경기 침체에 직면한 지역에는 달갑지 않은 조치다. 경기 위축을 심화하고 집값도 더 떨어뜨릴 수 있으니. 집값 흐름은 정반대지만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건 서울 사람이나 지방 사람이나 똑같다.

이는 경남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방은 대기업 공장을 얼마나 유치했느냐, 그 업종의 경기가 어떠하냐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 내 사촌은 충남 천안의 부동산 업자다. 거기 집값 또한 2년 동안 6% 가까이 내렸기에 그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천안은 신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아파트를 너무 많이 지은 게 문제였다. 삼성그룹의 공장을 기대만큼 유치하지 못해 미분양이 속출한 것이다. 그러자 구도심의 주민이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로 대거 이주했고 구도심은 빠르게 슬럼화하는 중이란다. 이런 형국에 더 큰 규모의 신도시를 또 건설한다며 사촌은 우려했다. 공급 과잉에 공급이 더해지는데 일자리는 그대로니까.

도시마다 지역마다 사정이 제각각이다. 지금은 지역별 맞춤 처방이 필요한 때로 보인다. 집값을 잡아야 하니 금리를 올리라는 이야기는 기만적으로 다가온다. 한국 전역을 관할하는 국토부 장관이 그러면 심통까지 난다. 서울만 한국인가? 지방은 어찌 돼도 상관없다는 건가? 서울의 규모와 비중이 절대적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서울이 곧 한국인 건 아니다. 지방에도 사람이 살고 그들 역시 엄연한 한국인이다.
 
홍형진 소설가
#서울 집값#기준금리 인상#경남권#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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