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동비용 늘어 실업 증가”… 국책硏 KDI도 ‘노동개혁’ 주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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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어제 낸 보고서에서 최근 고용 대란의 원인으로 노동 수요 축소를 꼽았다. 일자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KDI는 실업 요인을 크게 산업 간 일자리 이동이 막히는 데서 나온 ‘일자리 미스매치’와 일자리 수가 부족한 ‘노동 수요 축소’로 분류한 뒤, 지난해까지는 미스매치 실업이 많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노동 수요 축소가 실업률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노동 수요가 부족해진 이유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조조정, 건설경기 급락, 노동비용 상승을 꼽았다. KDI 측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노동비용 상승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국책연구기관 특성상 “노동비용 상승이 노동수요 축소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전제를 뒀지만, 노동정책이 실업률을 올린 이유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KDI 측은 “최근의 실업률 상승은 경기 변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인구구조 변화가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고용 쇼크라는 통계가 나올 때마다 경기 둔화와 인구구조 변화를 언급해 온 정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이례적으로 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것은 그만큼 고용 현실과 노동시장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5월 KDI 보고서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올해만 최대 8만4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라고 하지만, 한 번 고용하면 경기가 나빠져도 쉽게 해고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기업이 선뜻 사람을 뽑기는 어렵다.

KDI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혁신산업과 고부가 서비스산업을 육성할 것과 함께 임금과 근로조건의 경직성을 완화하는 쪽으로 노동환경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 실업자들이 산업 간, 업종 간 이동 기회가 늘어나 실업 해소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KDI의 제안이 현실화할 수 있느냐다. 현 정부 들어 저성과자 해고와 임금·근로시간 등의 취업규칙 변경을 쉽게 하도록 한 양대(兩大) 노동지침을 폐기하는 등 고용 경직성이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다. 정부가 일부 강성 귀족 노조에 휘둘린 탓이다. 모처럼 나온 국책연구기관의 ‘노동개혁’ 주장에 이제라도 정부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고용#일자리#노동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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