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웅의 SNS 민심]시중은행 불신이 은산분리 완화 반발 줄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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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은산분리 유지 및 강화는 진보 정당이 오랫동안 타협 불가 사안으로 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자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큰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상당한 반발이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여론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정보기술(IT) 기업이 인터넷은행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른바 은산분리 완화정책에 대해 ‘잘한 결정이다’라는 응답이 53.7%로 ‘잘못한 결정이다’(23.5%)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높게 나온 것이다(리얼미터, 2018년 8월 8일). 소신이 강한 정치인과 시민단체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긴 했지만 정작 진보적 성향을 가진 국민도 이번 정부 결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스스로 진보 성향이라는 사람들의 66.6%가 잘한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보수층에서 찬성이 높고, 진보층에서 반대가 높아야 자연스러운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왜일까? 시중은행에 대한 불만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 은행은 지금 ‘공적’이 돼 있다. 힘들게 모아 맡겨 놓은 돈에 붙는 이자는 쥐꼬리만 한데 필요해 빌린 돈에 붙는 이자는 눈덩이처럼 나날이 커지면서 은행이 서민들의 목을 죄고 있다. 일부 은행의 인사채용 비리는 국민들의 비난 강도를 높였다.

은행에 대한 불신은 실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은행은 돈을 불릴 수 있는 곳이다’에 공감하는 의견은 10.6%에 불과했고, ‘우리나라 은행이 하는 일은 믿을 수 있다’에 찬성하는 견해도 20%를 넘지 못했다. 또 ‘우리나라 은행의 내부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란 질문의 공감도는 6.1%에 그쳤다. 한때 은행은 국가의 경제발전과 사람들의 희망찬 미래를 위한 벗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더는 나빠지기가 어려울 정도의 불신과 불만의 늪에 깊이 빠져 있다. 그러니 은산분리 완화의 위험성에도 인터넷은행을 확대하면 시중은행의 횡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시도는 대중의 거센 반발을 일단 차단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은산분리’ 연관어들을 살펴보면 ‘대통령’이 상위에 나오는데 이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규제혁신’ ‘규제개혁’ ‘핀테크’ ‘중국’ ‘경제’ ‘성장’ 등도 높게 나와 긍정적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핀테크 분야에서 중국은 앞서가는데 우리는 뒤처져 있고, 은산분리 완화라는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가 전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잠재적인 논란의 소지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원칙’ ‘문제’ ‘반대’ ‘논란’ ‘우려’ ‘재벌’ ‘대기업’ 등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부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단어들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정의당’도 높게 나오는데, 이는 진보정당 내부에서 정부 결정을 비판하는 기류가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윤희웅의 sns 민심#은산분리#인터넷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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