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착시로도 못 가리는 총체적 제조업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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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어제 3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2월에 비해 1.8%포인트 떨어진 70.3%라고 발표했다. 월별 통계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69.9%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연간 제조업 가동률 71.9%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67.6%) 이후 최저치였다. 생산 설비 10개 중 3개는 놀고 있다는 뜻이다.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진 것은 한국 주력 산업의 경쟁력 추락과 직결된다. 재고가 늘어 생산 활력이 떨어졌고 비효율적인 설비 운영으로 생산성도 떨어졌다는 의미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도 전월에 비해 2.5%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이 1.2% 늘었는데도 자동차와 기계장비 생산이 각각 3.3%, 4.3% 줄어 전체 생산을 갉아먹은 것은 우리 산업계가 ‘반도체 착시’로도 가릴 수 없을 만큼 실질적 침체 국면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걱정을 낳는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한국 제조업의 위기가 통계로 드러났다는 점이 우려를 가중시킨다. 한때 한국을 먹여 살리던 조선은 수주 불황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자동차는 미국과 유럽 틈바구니에서 고전하고 있다. 반도체 역시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교체 주기가 장기화하고 글로벌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로 수렴 중인 스마트폰 산업도 안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소니 같은 일본 기업들이 프리미엄TV 분야에서 삼성전자, LG전자를 위협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의 현주소다. 미국은 미국대로 환율 압박과 보호무역으로 우리 수출 기업을 옥죄고 있다.

공장이 쉬면 고용에 악영향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성장 목표 3% 달성도 낙관할 수 없다. 언제 ‘반도체 파티’가 끝나 경기가 곤두박질칠지 모른다. 복지정책보다 시급한 것이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와 산업 구조조정, 규제개혁이다. 그런데도 대기업 때리기에 몰두하는 정부만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분석한 지난해 한국의 노사협력 순위는 조사 대상 137개국 중 130위,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다. 정부 규제 부담 정도는 95위다. 산업 경쟁력은 바닥을 헤매는데 정부 규제는 매년 1100여 건씩 새로 생기거나 강화되고 있다. 이래서는 제조업 부활은커녕 생존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제조업#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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