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닮은 듯 다른 베트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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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쇠에 구운 돼지고기를 소스에 찍어 먹는 분짜, 쌀로 만든 바게트 샌드위치 반미, 부침개와 비슷한 반세오…. 2030세대가 즐겨 찾는 베트남 음식들이다. 쌀국수가 직장인에게 친근한 점심 메뉴로 자리 잡고, 월남쌈으로 알려진 고이꾸온은 신혼부부 집들이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베트남 여행도 인기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처음 태국을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 국가 1위에 올랐다. 1986년 도이머이 개혁개방 정책 이후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기록하는 등 베트남 사회가 쇄신을 거듭하면서 생겨난 변화다.

▷22일 한-베트남 수교 25주년을 맞는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 했던가.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으로 험악했던 관계는 이제 든든한 동반자로 도약했다. 베트남 쪽에서 보면 한국은 투자 1위, 교역 3위 국가다.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 베트남의 양궁 축구 등 국가대표팀에서 한국인이 감독이나 코치를 맡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다문화 부부 중 베트남 신부의 비중이 27.9%로 처음 중국인 신부를 앞질렀다. 이들의 2세가 자라나면 양국을 잇는 연결고리는 한층 튼튼해질 것이다.

▷세계 최강대국과의 전쟁에서 이겼고 국경을 접한 중국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나라, 베트남의 존재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호찌민이 가장 즐겨 인용했던 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 즉 변하지 않는 것으로 만변하는 세계에 대처한다는 의미다. 국제 역학관계에서 적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따라서 치욕을 잊지 않되 상황 변화에 따라 과거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유연함을 강조한 것. 베트남은 식민 지배의 아픔과 전쟁의 상처를 딛고 경제 발전을 이룩한 한국을 본보기로 삼는 듯하지만 되레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 명분과 이념에 얽매이기보다 현실을 인정하고 실리에 따라 대처하는 미래지향적 행보가 그것. 물론 자중지란(自中之亂) 없이 이를 뒷받침해 준 베트남 국민의 단합된 힘도 그 안에 포함될 것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베트남#한-베트남 수교 25주년#호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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