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현 불가능한 ‘비정규직 제로’ 정책 재검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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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1호 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연내 1만 명 정규직 전환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고 한다. 공사는 자회사를 세워 비정규직 중 99%인 983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었으나 노조 측에서 자회사 근로자의 공사와의 직접교섭권 보장 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정규직화가 파행을 겪는 것은 개별 기관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비정규직 제로’를 목표로 하는 정규직화 정책 자체가 안고 있는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정부는 7월 지침에서 연중 9개월 이상 업무가 유지되는 일자리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했지만 실제 전환 대상과 재정 투입 규모를 예상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민주노총이 인천공항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대신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더 꼬였다. 파리바게뜨가 합자회사를 세워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계획에 대해 노동계가 반대하는 것과 같은 갈등이 공공부문에서 재연된 셈이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하면 일시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나면 해당 기업은 신규 고용을 할 여력이 줄어든다. 정규직 집단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청년들이 정규직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다. 결국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을 병행하지 않는 정규직화는 일자리 시장의 동맥경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정규직화는 비정규직의 급여 수준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격차 문제를 해소하려는 조치다. 지금의 정책은 이 같은 근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인건비 수준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만 떨어뜨릴 수 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유도하는 방안을 병행하면서 기업의 수요에 따라 점진적으로 정규직의 범위를 확대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문재인 정부#인천공항의 정규직화 파행#비정규직 처우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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