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김호경]취업하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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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동의과학대 식품영양조리계열 교수
김호경 동의과학대 식품영양조리계열 교수
사회구조 변화와 경기 불황으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직장을 떠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높아져 가는 청년실업률의 수치 이면에는 부족한 일자리를 놓고 모든 세대가 벌이는 치열한 경쟁이 감춰져 있다.

최근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는 ‘재취업 중장년의 직무이동 분석 조사’에서 재취업에 성공한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48.5%는 자신이 맡았던 직무와 전혀 다른 분야로 전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 채용 포털의 설문조사에서는 중장년 구직자 대다수가 ‘연령’을 재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지난해 만학도 전형으로 우리 대학 식품영양조리계열에 입학한 48세의 김도연 씨는 지난 달 조기 취업에 성공해 부산 유명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 입학 전 특성화고 의상학과를 졸업한 뒤 관련 분야에서 일하기도 했고, 자영업에 도전하기도 했었던 김 씨가 청년들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직무에 요구되는 자질과 직무수행능력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대학 입학 후 한때 자퇴까지 고민했었던 김 씨는 마음을 바꿔 요리경연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는 조리 동아리에 가입했다. 이후 김 씨는 젊은 동기들과 함께 대회를 준비하면서 마음의 벽을 허물고, 돈독한 유대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는 학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결국 하계현장실습을 통해 호텔 관계자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학력중심 채용 관행과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노동시장의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해 왔다. 이제 10대 시절에 선택한 전공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생애주기별 평생직업교육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최근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은 불필요한 스펙이 아닌 직무역량 평가를 통해서 개인의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중심이자 직무중심 교육과정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전문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가고 있다. 4년제 대학생이 다시 전문대학으로 입학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과거 60대 이상이 주류였던 만학도는 40, 50대 중장년층으로 연령대가 낮아졌다. 진정 실력과 능력으로 승부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김호경 동의과학대 식품영양조리계열 교수
#청년실업률#일자리#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재취업#블라인드 채용#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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