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세계 유례없는 ‘1년 해보겠다’는 최저임금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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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인상의 타격을 받는 영세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 원을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계획’이 어제 확정됐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업장에서 월 190만 원 미만을 받으며 1개월 이상 일한 근로자가 대상이지만 해고 가능성이 큰 아파트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은 사업장 규모가 30명 이상이라도 지원을 받도록 했다. 총 2조9708억 원의 재정이 드는 이번 대책은 내년도 최저임금(7530원)에서 전년 대비 인상액(1060원)의 절반 이상인 시간당 581원을 세금으로 대주는 1년 한시 대책이다.

평년 평균보다 무려 9%포인트나 급격히 오른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된 자영업자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원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인건비는 한번 올리면 고용기간 내내 다시 내리기 힘든 경직성 비용이다. 더구나 최저임금은 정부가 2020년까지 1만 원까지 올리기로 공언한 것이므로 1년짜리 지원책이란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과세소득이 5억 원 이상인 사업주를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다지만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70%대에 머무는 현실에서 지원 대상을 제대로 가려낼지도 의문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벌써 현실을 외면한 미봉책이라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3조 원의 한시적 지원책은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상 최대 폭의 인상을 결정한 다음 날 정부가 발표한 것이다. 그런데 어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한 해만 해 보고 그치지는 않을 것이며 연착륙할 수 있는 방법을 내년 하반기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지원책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그것도 한시적이라고 했다가 또 1년 뒤 다시 결정하겠다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그러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신뢰를 잃으면서 기업의 불안감도 커지는 것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민간 소비와 성장률 제고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이는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규제개혁이 병행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재정을 동원해 최저임금 구조를 무리하게 흔든다면 혈세를 축내면서도 기업 경쟁력은 떨어지고 고용이 줄어드는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다.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목표부터 수정해야 지속가능한 임금체계를 만들 수 있다.
#최저임금정책#일자리 안정자금 시행계획#혈세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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