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 통화스와프 연장으로 사드 갈등 전기 마련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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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중국 런민(人民)은행이 맺은 560억 달러(36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내일 만기를 맞는다. 양국 정부의 실무 협상은 대부분 마무리됐고 두 나라 지도부의 최종 결정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한중 통화스와프를 연장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협상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만기를 이틀 앞둔 어제까지도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연장 여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처럼 외화가 급하게 필요하게 될 때 협정 상대국 중앙은행끼리 통화를 서로 빌려주기로 한 계약이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비상시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한국과 중국은 2009년 4월 원-위안화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은 뒤 2014년 10월에 3년 연장했다.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는 우리나라가 외국과 맺고 있는 통화스와프의 47.9%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가 각각 2010년과 2015년 만료돼 사실상 유일한 기축 통화 스와프다.

통화스와프는 당사국 사이의 경제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여부는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야기된 양국의 경제 갈등이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할 신호등이다. IBK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사드 보복 피해 규모를 약 17조 원으로 추산했다. 국내총생산(GDP·1710조 원)의 1% 수준이다.

중국이 18일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갈등 상대국인 한국에 유화책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외교 채널을 동원해 경제 마찰이 계속되면 한국과 ‘경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피해도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사드 보복으로 중국도 올해 우리 돈 1조1000억 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통화스와프 연장은 중국이 사드 갈등 해소를 위한 출구전략으로 쓸 수 있는 카드다.

8월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848억 달러로 사상 최대라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보유자산을 축소한 데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자칫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경제위기가 닥칠 경우 현재보다 831억 달러의 외환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통화스와프는 한국이 ‘한반도 경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불발에 대비해 외환보유액을 키우는 등 ‘플랜 B’ 추진도 필요하지만, 우선은 중국 당 대회 이후의 정치 상황까지 내다보며 중국이 통화스와프의 끈까지 놓아 한중 경협을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도록 경제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중 통화스와프#한반도 경제 리스크#한국은행#중국 런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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