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선/에린 조]현재의 4차산업혁명 논의, 기술종속 우려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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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조 미국 뉴욕 파슨스대 전략디자인경영학과 교수
에린 조 미국 뉴욕 파슨스대 전략디자인경영학과 교수
최근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뜨겁다. 기업가정신과 혁신, 창업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교수인 필자와도 관련이 깊은 주제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4차 산업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관심에 감명을 받는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4차 산업 관련 논의의 성격과 방향성은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4차 산업의 다음 산업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4차 산업을 주도할 기술은 무엇인가’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선 어떤 기술을 주목해야 하는가’ 등을 주로 고민한다. 하지만 4차 산업을 주도하는 기술과 해외 기업에 대한 벤치마킹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래 경쟁력 강화에 있어서 기술 개발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기술과 해외 기업 벤치마킹에만 논의가 쏠리면 오히려 우리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벤치마킹에 치중하다 보면 한국은 해외 글로벌 기업에 기술을 제공하는 종속국으로 자리매김할 우려가 있다. 사실 현 시점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주기술은 한국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기술 지원을 넘어서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기업은 손에 꼽는다. 왜일까?

미래를 주도하는 산업은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살펴야 한다. 하나는 벡터(Vector)이고 다른 하나는 스칼라(Scalar)이다. 벡터는 혁신의 방향성을 의미하고 스칼라는 기술, 디자인 경쟁, 금융 등의 요소를 아우른다. 현재 우리의 4차 산업 논의는 스칼라에 집중돼 있고 벡터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벡터에 대한 논의는 미래의 사회와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요구할 것인가, 다양한 가능성 중 어떤 경험이 사회적 개인적으로 더 의미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즉, 4차 산업의 논의는 기술이 변화시킬 사회, 교육, 가치, 관계에 대한 변화와 함께 이런 변화된 시대에 추구되는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현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이를 최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에 대한 비전까지 제시해야 한다.

기술력만큼이나 벡터를 찾아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산업과 인위적으로 나눠진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반드시 대학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 인생 전 과정에 이뤄지는 지속 교육 프레임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와 더불어 모든 기술이 마켓 밸류를 창출하도록 최적화시켜 진행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어떤 기술은 마켓에서 직접 활용이라기보다 미래 산업 구동을 위한 원천기술이고, 어떤 기술은 마켓에서 바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원천기술 지원을 억지로 시장과 연결해 평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마켓 개발에 가까운 기술 개발은 그 기술이 가져올 미래 사회의 예측, 가치 변화와 의미 창출의 철저하고 심도 있는 고찰을 함께 하며 진행해야 할 것이다.

에린 조 미국 뉴욕 파슨스대 전략디자인경영학과 교수
#엘린 조#4차산업혁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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