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가 보낸 ‘FTA 재협상 청구서’… 치밀한 대응논리 마련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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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무역대표부(USTR)가 12일(현지 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특별공동위원회를 8월 워싱턴에서 열자고 한국에 통보했다. USTR는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에 부합하기 위한 조치”라며 한미 FTA와 관련한 ‘청구서’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재협상을 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재협상을 합의한 바 없다”고 밝힌 지 12일 만에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 절차가 개시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는 어제 “미국은 ‘재협상’ 대신 ‘개정 및 수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한미 FTA 협정문에 규정된 일상적인 논의여서 호들갑 떨 필요 없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한쪽이 개정 협상을 하고 싶어도 다른 한쪽이 합의하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협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이한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한 만큼 상당한 폭의 개정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해도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대통령 탄핵안이 발의되는 등 수세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는 의외로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음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달 초 국내 통상정책 국제법 무역 관련 교수 등 전문가 15명을 대상으로 한 동아일보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정부는 미국이 요구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장 정부는 통상 수장조차 없는 상황에서 무역적자 해소에 사활을 건 미국을 상대해야 한다.

정부는 우선 FTA 체결 이후 한미 양측의 득실을 꼼꼼히 분석해 ‘FTA가 무역적자의 원인’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반박할 근거를 찾아야 한다. USTR는 “한미 FTA 이후 미국의 한국 상품수지 적자가 132억 달러에서 276억 달러로 늘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오히려 한미 FTA가 없었으면 2015년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440억 달러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철강재 관세를 매긴다면 도리어 자국 자동차 등 연관 산업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식의 설득 논리와 지식재산권 같은 서비스 수지 균형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fta 재협상 청구서#fta 무역적자의 원인#미국 철강산업 보호#지식재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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