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에 할 말 하라”는 美 지적, ‘박근혜 외교’ 중간평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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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傾斜論) 우려를 불식하고 능동적 외교를 할 수 있는 토대를 강화했다”는 자평을 내놓았다. 그러나 16일(현지 시간)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한 것은,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긴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외교적 스탠스에 대해 공개 석상에서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례적이다.

오바마가 언급한 ‘국제규범과 국제법’ 위반이란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인공섬 매립과 군사시설 건설에 나선 것을 말한다. 미국은 국제법상 허용된 항행의 자유를 행사하겠다고 경고했고 중국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혀 양국이 실제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는 “중국이 법을 무시하고 원하는 대로 한다면 한국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며 미국을 지지할 것을 한국에 주문한 것이다.

남중국해 분쟁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경제에 이어 군사적으로도 굴기(굴起)하고 있는 중국이 맞부딪치는 한 예에 불과하다. 5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직후에도 오바마는 “중국 같은 나라가 세계경제 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고 일갈한 바 있다. 경제적 자신감을 회복한 미국은 자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중국이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하며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을 용납지 않으려는 추세다. 일본 호주 등이 적극적으로 미국의 편에 선 반면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으로 비치는 형국이다.

미중의 갈등은 사이버 안보, 인권, 환율 조작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전선이 형성돼 있어 선택을 요구받는 한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친중(親中) 행보는 경제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이 때문에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면 오히려 국익에 역행할 수 있다. 실리를 챙기면서도 미중 양쪽에서 배척받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규범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외교정책이 중요하다. 한미동맹을 화려한 수사(修辭)가 아닌 명실상부한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주변국들과 협력동반자 관계를 병행하는 현명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외교와 국방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참모진과 장관들이 ‘지정학의 부활’로 불리는 최근의 국제 정세를 정확히 읽고 대통령을 보좌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 후 취해온 외교안보 정책을 집권 후반기에도 그대로 지속할 것인지 점검해 정책의 수정 보완과 인적 개편을 실기(失期)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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