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선/홍승표]고구려가 일본에 살아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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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
우리 민족 역사상 가장 기상이 드높고 진취적인 때는 고구려 시대였다. 고구려는 일찌감치 중국 문화를 받아들여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 동아시아에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특히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시대는 고구려 국력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장수왕이 수도를 평양으로 옮기면서 고구려 문화는 찬란한 꽃을 피웠다. 고분벽화 같은 불세출의 역작도 나왔다. 고구려 문화는 유라시아 문화의 향기를 자아내고 일본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림 도구와 먹, 종이 제조법과 양잠을 일본에 전해준 것도 고구려였다. 일본에선 고구려를 고마(高麗)로 불렀고 고구려와의 교류를 통해 발전을 도모했다.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의 침략으로 망한 때를 전후해 많은 고구려인이 일본에 정착했다. 새로운 개혁을 모색하던 일본에 고구려인은 앞선 기술과 풍부한 지식을 전해주는 귀한 존재였다. 그중에서도 현무약광(玄武若光)은 종5위하(從五位下)라는 직위를 받고 관료로 일했다. 그는 1799명의 사신을 이끌고 일본에 갔다가 고구려가 망하자 일본에 남았다. 왕족 출신인 현무약광은 후일 ‘왕’이라는 성까지 인정받았다. 716년 이들이 사는 곳 일대가 고마(高麗)군으로 불리며 고구려인들의 정착지가 됐다.

한국인이 일본에 가서 신사(神社)에 참배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일부러 찾아가 참배하는 유일한 일본 신사가 있다. 바로 현무약광을 모셔놓은 고마신사(高麗神社)다. 현무약광의 60대손이 고마신사를 대표하는 궁사(宮司)로 고구려의 얼과 혼을 이어가고 있다.

고마신사에는 오히려 일본인들의 참배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고구려의 기(氣)를 받으면 소원이 이뤄지고 좋은 일이 생겨난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도쿄(東京)에서 약 1시간 반 걸리는 이곳을 지난해에만 50만 명이 찾았다고 한다. 이곳을 참배한 사람 중에 일본 총리가 3명이나 나왔고 대신이나 유명 인사는 셀 수 없이 많다.

2016년은 고마 군 건군(建郡) 1300주년이다. 기념사업회와 고마 군을 계승한 히다카(日高) 시는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 정부도 고마 군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가 전해지면 그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이 될 것이다. 고마 군과 고구려인들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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