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이비 언론 키운 네이버-다음 뒤늦게 책임 떠넘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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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어제 온라인에 뉴스를 올리는 매체 선정을 제3의 독립기구에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언론단체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뉴스공급 매체 심사와 평가를 하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양대 포털이 ‘사이비 언론’의 문제를 언론계의 자율 정화에 맡기겠다고 나선 모습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들 사이비 언론에 ‘무대’를 펼쳐주고 확산시킨 두 인터넷 공룡이 사이버 정화(淨化)를 남에게 떠넘긴 꼴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뉴스 제공 제휴를 맺은 매체는 1000곳이 넘는다. 일부 공신력 없는 매체들이 근거 없는 악의적 기사를 쓴 뒤 “네이버에 기사가 올라간다”고 협박해 광고나 협찬금을 뜯어내는 일도 공공연히 벌어진다. 최근 한국광고주협회가 100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6.4%가 “사이비 언론의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피해 기업들이 네이버에 수차례 개선을 요구해도 네이버는 “해당 언론사와 직접 해결하라”며 무책임하게 회피하는 등 이들 사이비 언론과 암묵적 공생관계를 보였다.

자체 콘텐츠를 전혀 생산하지 않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공룡 포털’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인터넷 권력의 갑(甲)질을 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선거 때만 되면 네이버와 다음이 특정 정파나 정치인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뉴스 편집을 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신문 지면이나 방송 뉴스의 헤드라인 같은 역할을 하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통해 일부 사이비 언론은 비슷한 기사를 반복 전송하는 ‘어뷰징(abusing)’을 자행해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두 인터넷 공룡이 가칭 ‘공개형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 구성을 제의한 것은 사이비 언론의 사회적 폐해가 도를 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언론사의 특성과 성향, 영향력이 다른 언론단체들이 통일된 평가위를 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의 구글 뉴스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개별 뉴스가 아닌 언론사 종합 평가에 따른 뉴스를 선택해 올리고 있다. 언론사들이 공들여 만든 뉴스로 막대한 이익과 영향력을 누려온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스스로의 기술력과 판단으로 사이비 언론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사이비 언론#네이버#다음#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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