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남태평양 태풍재난 아낌없는 지원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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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남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오종남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슈퍼 태풍 ‘팸(PAM)’이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를 강타했다는 소식이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본부로부터 날아들었다. 최대 시속 330km의 팸은 2013년 필리핀을 덮친 태풍 ‘하이옌’만큼이나 강력했다. 얼핏 듣기에도 어마어마한 규모에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팸은 하루 사이에 수도 포트빌라의 주택과 주요 기반시설의 90%를 망가뜨렸다. 팸의 중심부가 휩쓴 남쪽 섬 ‘탄나’는 대부분 목조주택이어서 마을 전체가 완전히 파괴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24명이고 인구 절반 이상이 피해를 보는 등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 통신망이 복구되지 않아 정확한 피해 규모 집계조차 불가능하다. 이 중 최소 6만여 명은 재난에 가장 취약한 ‘어린이’다.

태풍 피해를 보기 전부터 바누아투 인구의 13%는 이미 생존에 필요한 최저소득 기준점을 밑도는 최빈곤층이었다. 태풍으로 농업시설이 거의 파괴돼 사실상 전 국민이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5세 미만 어린이 1만7000명 이상이 영양실조의 위험에 놓여 있다. 바누아투는 아동폭력과 성폭력 발생 빈도가 높은 국가다. 보금자리와 일상을 잃어버린 이들의 스트레스가 급격히 상승해 아동폭력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

유니세프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복구인력 파견과 생필품 및 구호기금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유니세프는 태풍 발생 직후 피해 상황을 파악하면서 긴급구호반을 가동하는 등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국내 언론들은 바누아투 재난에 놀랍도록 무심하다. 물론 바누아투가 비교적 낯선 나라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6·25전쟁 당시 한국도 바누아투만큼이나 멀고도 낯선 나라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지구촌 이웃들의 관심과 도움 덕분에 우리는 기막힌 재난을 딛고 오늘을 이뤘다.

한국은 올해로 원조를 ‘받는 나라’인 수혜국에서 ‘주는 나라’인 공여국이 된 지 21년이 됐다. 공여국이 된 지 20여 년 만에 원조 받은 금액의 17배 이상을 국제사회에 다시 되돌려준 나라가 된 것이다. 높아진 경제력과 국력만큼 국제사회 위상에 걸맞은 지원을 해야 한다. 국격은 위급한 상황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좋은 이웃이라는 이미지와 자부심을 지킬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잘 살렸으면 한다.

오종남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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