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日 정상회의, 더이상 표류해서는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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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그제 서울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갖고 3국이 의견 불일치로 내지 못했던 공동발표문을 5년 만에 내놓았다. 3국 외교장관들이 2012년 4월 이후 3년 만에 한자리에서 만나 협력 관계의 복원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 발표문은 “금번 외교장관 회의의 성과를 토대로 3국에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終戰) 70주년인 올해 3국 정상회의가 성사된다면 과거사를 정리하고 동북아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모색하는 긍정적 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은 3국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희망했지만 중국은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지적하며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왕 외교부장은 정상회의에 대해 “현재까지는 계획이 없다. 우리는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음 달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의회에서의 연설과, 종전 70주년을 맞아 내놓을 담화에 얼마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죄의 표현을 담느냐가 개최의 관건이다. 하나 마나 한 외교적 수사를 내놓는다면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 및 지역 내 안정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 나라 외교장관들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2007년 한중일의 연례 외교장관 회담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공동발표문에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 인식을 담은 것은 나름대로 진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핵’이라고 명기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중국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북핵과 관련된 각종 국제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써왔다. 북핵 해결을 위한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에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그러나 1992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한국이 핵개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표현을 계속 쓰는 것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한국의 잠재적인 핵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이 이런 식의 표현을 하는 것은 북핵 문제를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

한중일 3국은 세계 총생산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위상이 커졌다. 세 나라 정상이 2012년 5월을 마지막으로 함께 만나지 못한 것은 한중일 모두에 손해다. 3국 정상회의가 반드시 성사되도록 우리 외교부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할 것이다.
#윤병세#왕이#기시다 후미오#공동발표문#3국 정상회의#북핵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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